쇼 그만하자!
쇼 그만하자!
  • 이보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0.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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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전북의 한 국회의원이 강연에서 한 얘기다.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했을 때 일이라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진주 이전이 이슈가 됐다. 전북은 그야말로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아니 멀쩡한 한국토지공사를 부실 덩어리 한국주택공사와 통합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고향 진주로 뺏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전북의 민심은 분노로 들끓었고 정치인들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한국토지공사가 어떤 기관인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12개 기관 중 핵심이다. 그런 기관이 경남 진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정부의 노골적인 전북 홀대이자 차별 정책이었다.

서울의 전북 국회의원들도 호텔에서 만나 조찬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런데 이 국회의원이 대책 회의에 참석해 보니 어떤 위기감이나 절실함,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당시의 분위기로는 한국토지공사가 금방 진주로 넘어갈 듯했다. 다른 중진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봤더니 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라는 것이다. 대책 회의는 밥 먹고 반대 성명 내고 사진 찍고 그러면 끝이었다.

버스 대절해 진주시청으로 쳐들어가서 데모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가 면박만 당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막상 진주로 LH 이전이 확정 발표되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삭발을 하고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서고 뒤늦게 야단법석을 떨었다. 온갖 호들갑이 정치적 쇼였던 것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LH를 강탈당한 전북도민들은 한동안 범도민 규탄대회를 갖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이었다.

 LH를 진주에 빼앗기고 천신만고 끝에 전북혁신도시로 유치한 게 바로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다. 그런데 이 기금운용본부를 일부 정치권과 국내외 일부 언론들이 또다시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일부 언론의 의도적인 편파 왜곡 보도가 전북도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국감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기금운동본부 전주 이전에 대한 노골적 폄하가 논란이 됐다. 일부 언론은 기금운용본부 서울 회귀론까지 거론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돼지 축사와 가축분뇨에 둘러싸인 전북혁신도시라고 비아냥댔다.

 심지어 타지역에서는 전북의 제3의 금융타운 조성에 반대성명을 내는 등 노골적인 딴지걸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상의는 10년 지난 부산금융중심지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북혁신도시에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선박과 파생상품 중심의 부산 금융중심지와 달리 전북혁신도시 제3의 금융중심지는 농생명과 연기금에 특화된 금융중심지로 컨셉이 전혀 다르다. 자신들이 안 되니 얼토당토않은 억지로 전북 금융중심지 조성에 재를 뿌리려 든다.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정책에 숟가락 먼저 얹으려는 전략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러자 전북도와 도의회 전주시와 전주시의회, 전주상의 등 전북지역 기관단체들은 기금운용본부 흔들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기금운용본부를 흔들어대는 언론이나 제3의 금융타운 조성을 반대하는 다른 지역 기관을 항의 방문하거나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편파왜곡 보도라면 정정 보도 요구 등 왜 적극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가.

 정작 당사자인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도 꿀 먹은 벙어리다. 내심 때려주기를 바라는 속내는 아닌지.

 양은 냄비 끓듯 금방 뜨거워졌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급랭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가. 재발 방지 대책이나 금융타운 조성의 당위성에 대한 설득력과 논리적 타당성 등 사업추진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니 만만하게 보고 타지역에서 거침없이 전북의 현안들을 흔들어 대며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 제물로 삼으려는 시도가 시도 때도 없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불손한 세력과 의도가 있다면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규탄 성명 내고 사진만 찍는 ‘쇼’는 이제 그만 하자.

 

이보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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