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석 명창 “우리 음악의 주체는 국악, 국악 사랑이 나라사랑”
왕기석 명창 “우리 음악의 주체는 국악, 국악 사랑이 나라사랑”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8.10.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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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석 명창이 지난 25일 전북도민일보 제3기 CVO 제20강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소리여행'이라는 주제로 판소리의 문화성에 대해 설명하고 조용균 고수와 즉석 판소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왕기석 명창이 지난 25일 전북도민일보 제3기 CVO 제20강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소리여행'이라는 주제로 판소리의 문화성에 대해 설명하고 조용균 고수와 즉석 판소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광복 기자

 

 “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합니다. 이 말은 경쟁력 있는 문화를 지니고 있을 때 세계에서 주역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문화를 내세워야 하는가? 또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문화의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전북도민일보 제3기 CVO 21주차 강의가 25일 본사 6층 대강당에서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을 초청,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소리여행’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왕기석 명창은 “전북도민일보 CVO 1기 수료생으로서 여러분을 만나 반갑다, 딱딱한 분위기의 강의를 떠나 여러분과 함께 우리 소리를 함께 공유하고 놀아보는 시간을 됐으면 한다”며 강의 시작했다.

 왕기석 명창의 이번 특강은 ▲국악의 분류(궁정음악, 민속음악) ▲판소리란 무엇인가? ▲판소리의 구성 ▲고수의 역할 판소리의 유파 ▲판소리의 장단과 발성, 그리고 득음 ▲민족문화로서의 판소리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특강에서는 중간중간에 정읍시립국악단원인 조용균 고수와 함께 멋들어지고 맛깔스러운 즉석 판소리 공연이 펼쳐져 수강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그는 강의에 앞서 ‘이 땅의 음악은 국악’이라는 주제를 언급했다.

 “이 땅의 음악은 마땅히 국악이어야 하고, 국악이 이 나라 음악의 주인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음악이라는 말이 서양음악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국악이라는 말은 이러한 음악과는 별개의 장르를 뜻하는 협의의 개념으로 쓰이면서 가치에 편견이 매겨져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양악은 고급스럽고 우월한 것이며, 국악은 진부하고 무언가가 부족한 변방의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가제 하는 현실이며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며 “서양을 통해 수입된 음악은 양악(洋樂)으로 불러야 하고 음악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우리 음악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중심의 사고 체계와 의식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탈리아 공연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몇 해 전 이탈리아에서 5시간에 걸쳐 ‘수궁가’ 완창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성악을 공부하고자 유학을 온 장래가 촉망받는 학생의 이야기이다. 이 학생은 학기를 마치고, 동료학생들끼리 종강 파티에서 각자 자기나라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순서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다른 학생들로부터 “너희 나라 노래를 불러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에게 있어 ‘그리운 금강산’ 한구의 노래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궁여지책으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본조 아리랑’을 불렀다.

 그 때서야 그들은 제대로 된 노래를 감상했다는 듯 만족해하면서 ‘`원더풀, 앙코르’ 을 외치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참으로 괴로웠다고 한다. 왜냐하면 더이상 부를 노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기석 명창은 “서양음악은 수십 개씩 소화하면서 민요 하나 제대로 부를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나라,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음악(국악)을 하는 것이 유별나고 특별한 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TV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전통음악(국악)을 하루 종일 들려주는 프로그램은 없다. TV 방영을 위해 녹화를 했더라도 축구, 야구경기나 예능프로그램에 려 결방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말인 국어가 노력 없이도 익혀지던가, 우리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인가, 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우리 것일수록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며 정성과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쉽다”며 “우리 음악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애정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앞으로 문화적 사대주의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국악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극복되어야 한다”며 “국악에 대해 스스로 무겁게 여기고 애정을 쏟으며 세심하게 배려하고 국악(國樂)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천 기자

 

정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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