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상생의 전라도 천년을 기대하며
화합과 상생의 전라도 천년을 기대하며
  • 김선기
  • 승인 2018.10.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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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는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에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따 전라도로 합쳐진 후 올해가 정도 천년이 되는 해이다. 전라도 3개 시도는 정도 천년을 기념하여 7개 분야에 걸쳐 30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얼마 전 전라도 수부(首府)였던 전라감영부지에서 정도 천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른 바 있다. 하지만 천년 전라도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전라도민의 자부심을 고양하려는 이러한 노력의 한편에서는 그간 지역발전을 둘러싼 자치단체 간 잡음과 갈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다.

 전북과 광주·전남 사이에는 지역발전을 보는 시각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다소 굴절된 시각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북은 도세가 광주전남에 비해 열세이고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대변력도 미약하여 그동안 각종 국가 지원에서 홀대를 받아왔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하여 있다. 한편 광주·전남은 서울과 수도권으로부터의 비롯되는 지역발전 파급효과가 확산하는데 북쪽에 있는 전북이 경쟁상대 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 전북, 광주, 전남에는 국제공항, 철도, 도로 등 주요 SOC를 비롯해 농어업, 지식기반산업 등의 개발구상이 서로 중첩되거나 입장이 첨예한 사업들이 적지 않아 잡음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이 사실에 기초한 것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에 치우치는 것이 많다.

 지역간 갈등이 대립하는 경우에는 먼저 상대지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역할 분담을 통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딴지걸기나 승자독점식의 전략보다는 전라도라는 영역 정체성과 상대지역의 절실함에 대한 역지사지의 이해를 바탕으로 경쟁관계를 보완관계로 바꾸어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예컨대 국제공항의 경우 노선과 취항회수 조정을 통하여 무안공항은 서남권거점공항으로, 새만금공항은 새만금 개발을 위한 국지적 공항으로 기능을 분담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두 지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전라도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전진기지로 위상을 선점한 후 전북은 상용차로, 광주는 자동차로 기능을 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북과 광주·전남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전라도의 위치, 역사, 자원 등 특성을 고려하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손을 맞잡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전라도 천년 미래를 생각할 때 함께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일은 여러 방면에서 찾아 몰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전라도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해상교통의 중심지였고 중국과의 교역이 커지는 시점을 고려할 때, 이곳을 환황해 경제권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구상해 볼 수 있다. 행정적으로는 동학농민혁명과 5·18광주민주항쟁 등 민주화와 지방자치의 역사적 산실인 전라도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지방분권정책과 연계하여 자치단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광역지방자치의 선도모델을 시범 적용해 볼 수도 있다. 문화적으로는 전라도를 천년문화관광권으로 설정하여 공동의 역사, 문화, 자원을 토대로 체류형 관광루트를 개발하여 광역관광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협력적 구상들은 모두 소통으로부터 출발한다. 협력에는 공동의 이해와 공통의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권, 시도, 시도의회, 시민단체, 언론, 대학·연구기관 등 지역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들이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협력 아젠다를 발굴하여 공동추진기구를 통해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이 지역구를 초월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호남권의 공동 관심사에 대하여 화합과 상생의 논의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선기<전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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