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것이 ‘스펙’인 나라
서울 사는 것이 ‘스펙’인 나라
  • 김광수
  • 승인 2018.10.2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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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서울(수도권), 시골(지방), 그리고 귤(제주도) 삼등분으로 나눈 한 서울의 초등학생이 그린 ‘한반도 지도’라는 그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서울 외의 지역은 모두 시골이라고 말하는 이 그림은 ‘서울공화국’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총 인구 5,000만 명 중 서울 인구가 1,000만 명, 수도권까지 확장하면 2,500만 명으로 대한민국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상위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밀집,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의 81%가 발생하고 있고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오늘날 초등학생에게 비친 대한민국의 모습이 ‘서울 그 외는 시골’처럼 보인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져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금의 현상이 지속한다면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수도권에 모든 성장정책을 집중시킨 결과이다.

 현재 각종 정보, 교육, 일자리, 인프라 등의 차이로 인해 지방과 수도권, 수도권과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수도권 특히, 강남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출발선에 앞선 상황으로 불평등과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사는 것이 ‘특권’이자 ‘스펙’이 됐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거시적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미시적 접근만 이뤄져 불균형이 심화하여 왔다.

 이에 정부는 혁신도시를 조성,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따라 우리 전주에는 2015년 6월 국민연금공단이, 2017년 3월 기금운용본부까지 이전을 완료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 및 기금운용본부 주요회의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서울공화국’ 문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공단 회의 개최 현황’자료를 살펴보면 국민연금공단의 주요회의인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이전을 완료한 17년 3월 이후 총 6차례 열렸지만, 공단 본부가 위치한 전주에서 개최된 건은 단 한 차례도 없이 ‘서울 강남’에서만 개최됐다.

 ‘국민연금 이사회 회의’ 경우도 15년 이후 총 29회 열렸지만 여의도·강남사옥 등 서울에서 24회가 개최되고 공단 본부에서 열린 회의는 고작 5회에 불과했다.

 특히, ‘기금운용직의 면접’의 경우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후 총 9차례나 있었지만, 전주에서 개최된 건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았고 전주에서 살아갈 사람이 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 지원, 서류를 통과한다면 면접을 보기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격인 본부 사옥은 전주에 두고 있으면서 소프트웨어 격인 면접, 주요회의 등은 아직도 ‘서울! 서울! 서울!’인 것이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이다.

 이제는 ‘서울공화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123조를 살펴보면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되어 있다. 더 이상 서울에서 태어나 사는 것이 특권이자 스펙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국가 백년지대계이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현안이다.

 지방에서 살 권리도 기본권이다!

 김광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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