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삶을 관조하고 사색하는 여유가 필요한 시간
이 가을, 삶을 관조하고 사색하는 여유가 필요한 시간
  • 채지영
  • 승인 2018.10.2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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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견 作 구름하나(73x53cm, oil on canvas)

 

 안녕하세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 아래, 수확의 기쁨으로 풍성한 오곡백과가 지천에 알록달록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산천을 다니며 느껴지는 요즘, 지난 여름 무더위로 고생한 우리에게 보상을 해주려는 듯 맑고 투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주 시내를 떠나 근교에 나가기만 해도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 집을 떠나서 어딘가를 향하는 시간에 마주한 풍경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마주한 풍경이 분명 같은 곳인 것 같은데, 일조량도, 발하는 색깔도 다름을 느껴보셨나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화풍인 인상주의는 그렇게 발전했습니다. 물감은 혼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빛과 함께 변하는 색채의 변화를 파악하여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풍경을 시시각각 편안한 시선으로 화폭에 담았지요.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어쩌면 가을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김부견 작가의 <구름 하나>입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풍경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도심의 건물들로 둘러쌓인 복잡함과 답답함을 그린 것 같지만, 이 풍경을 대하는 작가의 관찰력은 단순히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 단순히 재현한 것이 아니라, 작가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풍경을 재해석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수평과 수직을 이용한 붓터치는 안정된 구도와 율동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김부견 작가의 작품에서는 조금은 거칠지만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원색계열의 색채가 어우러진 회화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푸른 계열의 색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중년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젊음을 향한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작품 속 구름 하나는 마주한 풍경의 이치가 아닌 조금은 그곳에서의 삶을 관조하며 사색하고 있는 작가의 독자적인 시선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내가 마주하고 있는 풍경은 어떤가요? 작품처럼 건물과 집들로 둘러쌓인 그런 곳인가요? 아니면 그런 복잡함 중에도 붉고 노란 옷을 갈아입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여유가 있으신가요?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며 내가 자리한 환경 속에서 조화로운 미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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