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군대 그리고 민주화
인권, 군대 그리고 민주화
  • 장상록
  • 승인 2018.10.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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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식기관으로 존재하는 인권과 민주화의 선두에 있는 나라다. 아이를 차량에 방치한 채 쇼핑했다는 이유로 한국인 판사 부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도 그렇지만 그들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나 봤던 사진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공개한 행위도 미국령 괌에서나 가능하다. 계부는 물론 친어머니와 어린 이복동생까지 살해한 흉악범도 절도죄로 체포된 뉴질랜드가 아니었다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사람을 몇 명 죽인 정도로는 사형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적지만 일단 내려진 사형선고도 집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같은 나라는 말할 것도 없지만 미국과 일본 역시 야만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권과 민주화의 신장 정도는 군대도 예외가 아니다. 동성애를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은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대장을 감옥으로 보냈음은 물론 국방부 현역 장군들에게 호통을 칠 수 있는 위치까지 되었다. 그는 당당히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군대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앰네스티가 그를 옹호했고 그는 사면과 함께 군인권의 수호자가 되어 돌아왔다. 참고로 미군 형법에는 위헌판결로 한국에서도 사라진 간통죄 처벌규정이 여전히 살아있다. 동성애는 물론 간통죄까지 이제 군 인권에서도 한국이 미국보다 못할 것이 없다.

  이뿐인가. 군 통수권자는 국군의 날 행사에 동원돼 고생할 사병들 걱정에 각종 퍼레이드도 없애버렸다.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개별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때로 보편이라는 말이 가지는 오만함과 폭력성을 경계해야하는 이유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공유하는 법 감정이나 정의관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 흉악범의 인권마저 그토록 존중하는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아이러니한 사실은 민주화투쟁을 했던 당사자들이 한반도 이북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너무도 모순되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누구 말처럼 수양제가 고구려를 침공할 당시 명분 중에는 연개소문 정권의 인권유린에 대한 지적이 있다.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나는 수양제를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더불어 훈풍을 타고 있는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고자 하는 불순한 마음은 더더욱 없다. 다만 소박한 질문 하나, 우리에게 인권과 민주화는 무엇인가.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 없지만 나는 군복무에서 2개월 보름을 단축 받았다. 대학 1학년과 2학년 때 받은 교련과정 중 군 부대 입소가 준 혜택이다. 지금 헌법이라면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내가 군에서 보낸 세월은 31개월 보름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초반의 그 경험은 요즘 논의되는 경력단절의 끝판이다. 학업 중단은 물론 자기개발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박탈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또한 고통과 억울함을 받아들이는 법을 학습시켜줬다.

  내 빈약한 신체는 무장구보 도중 몸이 뒤로 넘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으며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고참으로부터 당한 성희롱과 성추행은 모멸감의 끝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줬다.

  억울함은 어떤가?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불려 나간 자리엔 나이 어린 고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날린 따귀에 내 얼굴이 돌아갈 때 분비된 강렬한 아드레날린은 추위를 단숨에 참을 수 없는 더위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하나 고백한다. 내가 피해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였다.

  도올 김용옥은 자신의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군대가 민주화되면 그 나라는 망한 겁니다.’

 도올의 말에서 비인권적인 면이 보이는가. 누군가는 그래서 자신의 아들을 군에 보내지 않았는지 모른다.

  인권, 군대 그리고 민주화는 머릿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지극한 의무감에서 시작해야 한다. 김유신은 신라군이 당군에게 패주했을 때 문무왕에게 장병들을 위로하라 주청했다. 단, 자신의 아들 원술만은 사형에 처해달라는 말과 함께.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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