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전북이 산다
자치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전북이 산다
  • 정동영
  • 승인 2018.10.23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 공동체 운영의 큰 틀을 바꾸는 것, 곧 개혁이다. 우리는 지금 고군분투하며 그 개혁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냉전의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만드는 일, 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 정의로운 사회경제시스템을 만드는 일, 상생과 협력의 분권형 공동체를 만드는 일 등이 그러하다. 채 시작도 못한 일이 있고, 희망이 엿보이는 과제도 있다.

 마침 어제 국회에서는 전국의 시도 광역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분권 없는 지방자치를 이제 마감해야 한다는데 다들 한목소리였다. 현재의 지방자치는 거칠게 말해 시늉만 자치다. 유사자치 수준이고 위임사무 대행수준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돈과 인사, 입법권이다. 지방자치의 세 기둥인 자치재정, 자치인사, 자치입법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이름과 실상이 어긋나지 않고 제대로 부합함을 이르는 말, 명실상부야말로 우리 지방자치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적 목표다. 자치를 자치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금을 걷고 배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국가 자원배분 방식을 확 바꾸어서 지방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해법이다.

 우리는 지금 세금의 대부분이 중앙정부로 몰린다. 세금을 걷는 방식이 중앙집권적이니, 당연히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방식도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 구조다. 서울 등 몇몇 광역시를 제외하면 지방정부 재정자립도가 50%를 넘지 못한다. 전북은 23.08%이다.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수준이다.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중앙정부에 구속을 의미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사업도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여부에 의해 좌우되고 만다.

 재정자치 확립은 ‘지방자치단체’라는 어정쩡한 이름부터 바꿔서 당당한 ‘지방정부’로 위상을 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치입법권과 세금을 거두고, 자체의 결정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시스템이 보장되어야 명실상부한 ‘지방정부’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연방 수준의 지방분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하였다.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다. 선언이 아니라 추진계획이 절실하다. 지난 9월 11일 정부는 지방분권 종합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알맹이가 빠져있다. 핵심은 돈이다. 지금 국세:지방세의 8:2의 비율을 7:3으로 바꾸기 위한 행동계획이 구체화하여야 한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는 지역불평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낙후된 지역이 중앙정부의 배려 없이는 옴짝달싹 못하게 손발이 묶여 있다. “지역이 불평등한 나라는 민주주의에 실패한 나라다.” 민주평화당 정강정책에 있는 선언이다. 지역이 고루 잘 사는 것이 민주주의 완성이며 또한 최고의 성장동력이다. ‘더 많은 지역예산’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역의 ‘한’은 결코 치유될 수 없다.

 전북의 살길도 여기에 있다. 낙후된 전북의 몫을 제대로 찾기 위해 분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가 공동체 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분권형 공동체의 꿈을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갈 때, 전북의 미래도 더 확연히 열릴 것이다. 지방분권의 상생과 협력의 질서가 만들어진다면 수혜자가 비단 전북뿐이겠는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또 하나의 요건이 있다. 지방언론이 살아야 한다. 지역 언론이 자치의 공론장으로 역할 한다면 풀뿌리민주주의는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언론은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포털에 노출되는 기회마저 구조적으로 박탈되어 있다. 지역언론을 살리는 하나의 돌파구는 네이버 등 포털의 첫 화면에 일정비율 이상으로 지역언론 기사반영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포털에 노출되는 뉴스가 중앙언론에 집중돼 있는 불균형과 차별을 개선해야 지역언론이 살 수 있다. 지난 4월 필자가 대표발의한 일명 ‘네이버-지역언론 상생법’ 제정도 그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