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제14회 개인전 ‘외로 된 풍경’
김성민 제14회 개인전 ‘외로 된 풍경’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0.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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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작 - 자화상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하며 지낸 사물과 이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테면, 김성민 작가는 구제용품점에서 구입했던 얼룩무늬 군용 작업복이 너무 낡아져 버리려던 찰나, 문득 함께 모든 작업과정을 지켜봐 왔던 작업복을 버리는 일에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 옷을 빨아 보관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기왕이면 그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그렇게 작업복은 하나의 도구에서 벗어나 작가만의 자화상으로 재탄생해 캔버스를 통해 세상과 소통을 시작했다.

 김성민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 24일부터 2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김 작가는 마치 오랜 일기장을 꺼내어 다시 읽는 것과 같은 감정으로 이러한 삶의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바라보고, 전시의 모티브로 삼아 표현하고 있다. 작품전의 주제는 ‘외로 된 풍경’이다. 이상의 시 ‘거울’에 등장하는 ‘외로된’ 이란 단어는 한쪽으로 치우친, 어떤 일에 골몰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결국, 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외로된 풍경’은 작가 혼자만의 풍경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풍경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풍경은 하나의 작품으로 되살아나 보는 이들의 각자의 삶과 하나가 되거나,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성민 작 - 배달통의 쉼
김성민 작 - 배달통의 쉼

 

 김 작가의 작업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너무도 느리고 가끔 멈춰 있는 듯하다.

 김 작가는 한순간 정적을 깨는 배달통 소리와 쓰레기더미를 뒤지마 지나가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를 캔버스에 끌어 안기도 하고,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와 장년의 아들로 보이는 모자(母子)는 마치 칸트의 산책 시간처럼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 같이 어김없이 등장해 슈퍼 앞에서 막걸리를 한 잔씩 하며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행색이 남루한 아저씨의 모습에서는 그리움을 생각했다.

 김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다수의 기획초대전 및 아트페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5 전북청년작가 선정, 2015 전북청년위상작가상, 2009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사업 전시지원 작가선정, 2007 우진문화재단 창작지원상, 2004 광주 신세계 갤러리 창작지원 장려상, 2003 전북청년미술상, 2002 하정웅 청년미술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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