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Queer) 축제와 인간의 존재가치
퀴어(Queer) 축제와 인간의 존재가치
  • 최정철
  • 승인 2018.10.2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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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퀸(Queen)은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남기고 있다. 그런데 가사 내용은 제법 섬뜩하다.

 “엄마, 방금 그 남자를 죽였어요. 머리에 총을 대고 쏘았고 이제 그 남자는 죽었어요. 엄마, 내 인생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이것으로 끝이 나네요. (중략) 모두들 안녕, 이제 가야 해요. 모두를 뒤로 하고 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엄마, 난 죽기 싫어요. 때로는 차라리 내가 아예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곤 했어요.”

 퀸이 막 데뷔하던 즈음의 1970년대 중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회심작으로 만들었으나 비틀즈 리더였던 존 레넌으로부터, “그것도 노래냐?” 면박을 받았던 이 노래는 어찌 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진 어느 소년의 참담한 상황을 얘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성 정체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프레디 머큐리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노래에서, 소년은 자신 안의 ‘남성성’을 죽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인 ‘여성성’을 선택한다. 소년은 진정한 삶을 시작하고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다. 그리고 그의 고백에는 엄청난 시련이 따른다. 감옥에 갇혀 사형 선고를 받는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소년은 어쭙잖게 판당고 춤이나 추는 광대 스카라무슈로 보일 뿐이다. 소년은 사회적 관념이 내려치는 무시무시한 천둥번개에 몸을 떨어대면서 갈릴레오와 피가로를 찾는다. 17세기 르네상스의 꽃밭을 일구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교회의 박해에도 끝내 지구가 돈다는 자신의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지구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년은 갈릴레오를 부르짖은 것이다. 하마터면 자신의 생모 마르첼리나와 결혼할 뻔한 피가로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는 남장 여성인 캐루비노가 등장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프레임과 성 정체성이 들락날락하다보니 소년이 피가로를 외친 배경이 될 만하다. 또, ‘신께 맹세컨대(Bismillah), 절대로 보내줄 수 없어’, ‘보내주어라’ 구절이 강렬한 교차 이중창으로 불린다. 이 부분은 종교 교리와 인간 의지간의 갈등이다.

 동성애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주장하는 퀴어(Queer) 축제가 있다. 한국 퀴어 축제의 역사는 2000년부터 열린 서울 퀴어 축제를 시발점으로 삼는다. 제주가 2년차요 전주와 광주, 인천에서는 2018년 올해 처음 개최되었다. 이 퀴어 축제에는 치러질 때마다 격렬한 진통이 따르고 있다. 굳건한 사회적 관념이 이 퀴어 축제에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며칠 전 치러진 광주(光州) 퀴어 축제에도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고 한다. “하필이면 신성한 성지 5·18 민주광장에서 광주 정신에 어긋나는 패륜적 행사라니?”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인간 본연의 존재가치를 회복하자는 문화행사가 어째서 패륜인가? 이는 광주 정신에도 부합된다.”라고 강변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퀴어 축제를 싫어하는 이유는, 동성애 행위를 악마(Beelzebub)의 짓거리요 인간이 행하지 말아야 할 패륜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아집이요 편견일 수도 있음이니, 인간의 정체성은 그 형태나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관념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는 그들을 속박하기 전에 그들이 내세우는 인간으로서의 자유 의지를 인정해야 한다. 이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퀴어 축제 주최 측에게도 개인적 소견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우선 축제장에서의 복식, 분장, 행동에서 과격함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 유별날수록 비난이 따르게 된다. 평소 볼 수 없는 생소한 집단 행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문화적 충격을 생각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장소 선정에 있어서 자제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가급적 예민한 곳을 피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장소에 모여, ‘그래, 어쩔 것인가?’ 오기를 보이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다. 퀴어 축제, 아직은 예민하고 논란 여지가 크기에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축제의 주제나 성격상 노이즈 마케팅보다는 격려 받는 마케팅이 필요하리라 본다. 지난 4월의 전주 퀴어 축제는 많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치러졌다고 한다. 차분하게 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퀴어 축제에는 전략적 마인드 장착을 제안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는 지난 대선 때 모 후보가 어느 토론회에서 한 말을 들어 퀴어 축제에 대한 너그러움을 부탁하고 싶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정체성이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 글 = 최정철 서울시 빛초롱 축제 자문관(『성공을 Design하는 축제실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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