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실용 중심의 캐나다 미디어교육
지역과 실용 중심의 캐나다 미디어교육
  • 임성진
  • 승인 2018.10.2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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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정보기술과 기술자본주의의 발전이 미디어 시장의 근간을 급속하게 바꾸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미디어 이용률이 90%에 가까웠던 종이신문의 경우 2017년 들어 그 비율이 16.7%로 급락한 반면 모바일 미디어의 이용률은 2006~2017년 사이에 31%에서 8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체 시장의 40%를 장악했던 신문광고 비중이 12% 대로 줄어든 데 비해, 모바일 광고 비중은 불과 6년 사이에 0.6%에서 20%로 껑충 뛰어올랐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는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은 기존에 겪고 있던 중앙에의 종속이라는 문제에 더해 이젠 디지털 미디어의 시장지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미디어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포털에서조차 지역뉴스는 아예 관심 밖에 머물 만큼 소외가 심각해 지역언론의 경영악화 또한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인한 지역언론의 침체는 미래적 사회발전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미래사회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지역, 그리고 지역과 지역이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돼, 로컬에서의 소통과 공유가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초스마트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소통과 결정의 방식도 중앙에서 지역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그리고 탑다운 방식에서 시민 중심으로 바뀌어 나간다. 여기서는 로컬의 정보를 다루고 소통하는 지역 미디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미디어 시장이 이러한 미래사회 방향과 발맞추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지역언론의 소외와 위기는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선 물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 미디어의 내발적인 역량계발, 그리고 그와 연관된 교육의 내용과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교육은 기존의 매체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의 비판적 이해와 사고력, 논리성, 창조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작은 공동체 단위에서부터 개인과 지역이 소통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공유적이고 분산화된, 그리고 실용적인 학습이 강조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관한 해외공동기획취재에 동행하면서 미디어교육에 관한 좋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캐나다 벤쿠버에는 BCIT라는 2년제 대학이 있는데, 이 학교는 에볼루션(Evolution)이라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겸한 미디어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여기에 모여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으면서 공중파 방송을 직접 제작하고 송출하는 활동을 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단순한 교내 방송이 아니라 캐나다 방송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공식적인 지역 방송국의 운영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철저한 실용교육과 방송활동을 통해 곧바로 미디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실무능력을 쌓는다. 그리고 교육과 제작과정에서 콘텐츠 중심의 이해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다양한 학습과 함께 현장 적용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한 예로 필자가 한 방에 들어갔을 때 여기저기 붙어있는 수많은 브레인스토밍 쪽지들과 함께 의견이 수렴되어가는 과정을 표시한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이 방에 수시로 모여들어 얼마나 능동적으로 토론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면서 기사의 콘텐츠와 방향성을 찾아내고 있는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또한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 지역과의 소통, 그리고 지역적 가치의 이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즉 이곳은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육 덕분에 졸업 후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영방송인 CBC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에서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BCIT의 교육사례는 대학과 지역이 연계돼 지역인재의 전문성과 실용성, 그리고 창조성을 함께 키워나가는 내재적 역량 구축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지역 언론과 신문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성진(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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