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카슈끄지의 토막살해와 국제정치
언론인 카슈끄지의 토막살해와 국제정치
  • 이정덕
  • 승인 2018.10.22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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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의 언론인 카슈끄지가 10월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의 총영사관에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갔다가 사라졌다. 터키 언론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되었다고 보도하자 사우디 정부는 총영사관 밖으로 걸어나갔다고 주장했다. 카슈끄지는 이런 상황이 염려되어 총영사관에 들어갈 때, 소리를 외부로 전송해주는 애플시계를 차고 들어갔다. 약혼녀가 밖에서 애플워치에 연동한 아이폰으로 녹음했거나 또는 터키정부가 도청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신문은 사우디 정부가 급파한 15명의 요원이 카슈끄지를 심문, 고문,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내서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터키정부가 녹음파일을 확보하여 터키 신문을 통해 정보를 하나씩 흘리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정부는 처음에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밖으로 나갔다며 사건을 부정하다가, 상황이 부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20일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만난 사우디 요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살해할 의도가 없었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관련자 18명을 체포하여 수사하고 있다고 사우디 검찰은 밝혔다. 사우디 요원들에는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 실 근위대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우디 정부가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우디 정부는 용의자 중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이 21일에는 용의자들이 독자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의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파리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 박정희의 명령에 의해 한국으로 납치되어 살해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두환은 동경에 있던 김대중을 납치해 바다에 수장시키려 했으나 실패하여 자택 감금을 시킨 적이 있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납치 살해사건들이 정의롭게 처리된 적이 없다. 관련 강대국과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유야무야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카슈끄지는 사우디와 미국에서 활동하며 알아랍 방송국장 겸 주필,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문 알와탄의 편집주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의 칼럼리스트로 활동했으며, 1980년대부터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의 인터뷰로 유명해졌다. 둘은 사우디 명문가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2011년 아랍의 봄에 민중혁명을 진정한 이슬람의 평등과 인간애를 추구한다며 지지하였다. 사우디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폭정을 하며 이슬람 세계를 분열시킨다며 비판했다. 작년 9월 미국으로 망명하여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써왔다. 올해에도 워싱톤포스트에 사우디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에 증거가 없다며 증거를 내놓으라고 사우디를 감쌌다. 증거가 거의 명백해지자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지만 계속 지켜보자며 사우디를 두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느신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사우디를 방문한다. 사우디에 가서 이란의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제한하고 테러세력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사우디 석유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수천억 달러의 무기판매를 하고자 한다. 이에 비해 유럽국가들은 사우디의 미래발전회의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의 참석을 취소하고 진상을 밝히라고 사우디 왕실을 압박하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월9일 “사우디 왕실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왕실이 배후라는 정보는 계속 흘리고 있다. 사우디에 터키에 필요한 이익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눈감아주겠다는 뜻이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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