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국어 문화 진흥정책
전라북도 국어 문화 진흥정책
  • 안도
  • 승인 2018.10.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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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2돌이 되는 한글날이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은 세종 25년에 완성되어, 3년 동안의 실험을 거쳐 세종 28년에 반포되었다. 늦었지만 1940년대에는 한글의 제작원리가 기록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어 1997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었으며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후 한글은 실용성, 과학성, 독창성 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그 우수성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요즈음은 중소국가들이 자국의 언어로 채택한 경우가 많아 우리의 언어인 한글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실제 그 실상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며칠 전 차를 가지고 서울을 다녀왔다. 그런데 곳곳에서 ‘노견’ ‘분기점’ ‘서행’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이 말들은 한자어로써 ‘노견(路肩)→갓길’ ‘분기점(分岐點)→갈림길’ ‘서행(徐行)→천천히’라는 우리말이 있다. 특히 한글로 쓰여 있는 서행은 ‘천천히’라는 말도 있지만 ‘서행(西行)→서쪽으로’라는 말도 있다.

 점심시간에 식당을 갔는데 바로 옆에서 청소년들이 식사하며 오가는 대화가 가관이다. 본의 아니게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이곳이 우리나라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들의 대화 몇 개를 소개하면 ‘새등을 했더니 피곤하네, 얘는 애빼시라니까. 요즈음 마상으로 잠이 안 온다. 등이다. 나는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젓더니 ’새벽등교‘ ’애교 빼면 시체‘ ’마음의 상처‘라는 뜻이었다.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 “에너지 바우처를 새롭게 도입”, “콘텐츠 코리아 랩”, “뉴 스테이”… 2년 전 대통령의 국회 연설문이다. ‘에너지’와 같은 외래어는 그렇다 치고 골든타임이나 바우처 같은 단어는 ‘마지막 기회’ ‘에너지 상품권 제도’라고 우리말로 말해도 얼마든지 알아들을 수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모든 국민이 자기 나라 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나라 사람이 프랑스를 여행 왔을 때 길을 영어로 물으면 대답을 잘 안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연설이 왜 외래어 일색일까? 말이란 그 사람의 품격이요 인품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만 자국문화에 대한 사랑과 긍지다. 사람의 됨됨이는 본인이 스스로 높이겠다고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삶에서 언어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자기 나라의 말을 두고 굳이 남의 나라 말을 억지로 혼용하는 것은 열등의식에서 자기과시를 하고 싶은 푼수들의 짓이다. 아는 체, 고상한 체, 유식한 체하면 듣는 이가 자신을 높이 평가해 줄 것이라는 착각이다.

 다행히 우리 전라북도에서는 도민중심의 도정을 펼치고, 쉽고 아름답고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통해 문화융성을 토대 마련을 위해 2014년 “전라북도 국어발전시행계획”을 수립했다. 이 시행계획은 한글과 한국어가 ‘문화융성’의 토대를 이룰 수 있도록 ①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위한 도민 및 공무원 국어 능력 향상 ② 언어적 소외계층에 대한 언어사용 불편 최소화 ③ 공공언어 개선을 통한 도민 소통성 강화 ④ 전북 지역어 보전과 활용 기반 마련을 통한 전북 지역어 진흥 ⑤ 언어문화개선 도민운동으로 국어 위상 강화 등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그동안 주요 사업으로는 도청 청사광장에 한글자음 거리를 조성했으며 지난 한글날에는 ‘전라도 정도 천년 전라북도 한글 큰 잔치’를 전주 한벽문화관 일대에서 펼쳐졌는데 <초등학생 도전 우리말> <한글사랑 노래자랑> 등이 열렸다. 그리고 올해 말에는 지난 2년간 약 3억원을 들여 편찬하고 있는 <방언 사전>이 완성 된다. 또한 공공언어 개선 사업으로 약 2천만원을 들여 도내 시·군 주요 관광 안내지 윤문을 통하여 공공언어 길라잡이 자료집을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말 가꿈이>와 <다문화 가족>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송하진 지사는 국어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전주대 국어문화원에서 교내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한글날 행사를 교외로 끌어내 전 도민이 참여하도록 기여하였다. 전라북도에서는 앞으로도 국어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바른말, 고운 말 쓰기 범도민 운동을 전개하며 옥외광고물도 국어사용 정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 국어진흥위원회에서도 분기별로 <회보>를 발간하여 전 도민들의 국어순화에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안도<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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