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꿈꾸는 삶 ‘갑오백성’
모두가 꿈꾸는 삶 ‘갑오백성’
  • 박영준
  • 승인 2018.10.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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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년 전, 갑오년(1894)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 세상을 바꾼 그들의 이야기가 전주시립극단 113회 정기공연 ‘갑오백성’이라는 연극으로 탄생했다.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이란 소재를 다룬 공연들은 많았으나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는 공연은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립극단의 ‘갑오백성’은 전봉준의 영웅전이 아닌 동학농민혁명 속, 수많은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 역사가 쌓여 나라다운 나라, 사람다운 삶을 꿈꾸며 역사를 바꾼 그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진영 작가와 조민철 연출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쌓아올려 거대한 움직임, 백성이 원하는 삶, 모두가 꿈꾸는 삶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다.

 이야기는 저승 삼차사가 망자를 찾아 길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동안 동학과 갑오와 관련한 수 많은 공연들이 식상하게 다뤘던 소재를 저승차사의 시선으로 새롭게 비틀어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기존 작품들과는 변별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신과 함께’의 흥행으로 차사들의 주요업무는 우리에게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구천을 떠도는 망자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극의 중요한 상황들 속에 존재하는데 이 극 안에서도 차사들은 역시 바쁘다. 만석 보에 빠져 죽은 아이 개똥이, 아들 죽인 보를 허물려다 매 맞고 목을 맨 개똥이 아버지, 풍년에 고리대를 갚다 굶어죽은 일가족, 탐관오리 조병갑에게 옳은 소리를 하다 장을 맞고 죽은 전봉준의 아버지까지 고부 땅 망자의 명부는 끝이 없다.

 그리고 또 한 편, 조선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는 역사적 어두운 상황을 낚시터에 모인 수다스러운 ‘도시어부’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도 꽤 재미있다. 이들 어부들은 곧 일본, 러시아, 중국, 영국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낚시터(조선)를 두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먹으려는 주변나라의 상황을 유쾌하게 정리해주어 관객들에게 정보와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100여 분이 소요되는 시간 동안, 농민들이 함성을 지르는 장면이 많았고, 3일 동안의 연속된 공연으로 인해 배우들의 목소리가 많이 쉰듯하여 아쉬움을 남겼다. 전주덕진예술회관은 500석 규모의 중극장이라서 육성으로 긴 시간을 소화하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 아트와 음향효과의 사용이 많아지는 공연에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무선핀마이크를 사용하면 어떨까? 배우와 관객 모두의 만족을 위한다면 필요한 선택일 것이다.

 역사는 만들어진 것 이지만 또 한편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1985년 창단된 전주시립극단이 써내려간 수많은 역사 위에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종훈 상임연출가의 리더십이 더해져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 가길 희망해 본다.

 이어 전주시립극단과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부안예술회관(23일), 고창문화의전당(25일),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27일) 등을 순회 공연한다. 역사의 흐름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쉽게 전달되는 연극 ‘갑오백성’은 관객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들의 울림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글=박영준(우진문화재단 제작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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