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과 도급 사이
파견과 도급 사이
  • 윤진식
  • 승인 2018.10.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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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

 최근 노동현장에는 이른바 ‘불법파견 정당성 여부’를 놓고 노사 간 논란이 뜨겁다. 대다수 큰 규모의 공장에는 원청과 사내하청업체가 공존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이른바 ‘파견과 도급’의 형태로 업무가 분화되어 운용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 이전에는 하청업체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일괄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에 의하여 원청업체에서 수행을 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청소, 경비 등의 업무의 외주화가 진행이 되더니 점점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같은 생산현장에서 원청업체의 주력생산물을 하청업체와 분담하는 형태로 분업화되는 형태로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런 형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으나 당시 시작할 무렵에는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일파만파로 확대재생산이 되다 보니 이제 이런 생산형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표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노동법상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되고 있다. 제조업에 파견하게 되면 곧바로 불법파견이 되어 해당 근로자들을 원청업체에서 직접고용 해야 한다. 아울러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액의 과태료에 처해지게 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업체에서는 파견이 아닌 ‘도급’형태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자연스럽게 하청업체를 선정하여 원청업체의 주요 생산라인을 아웃소싱형태로 도급화 하는 이른바 ‘사내하청’형태가 이루어지게 된다. 도급은 민법 제664조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파견은 파견법 제2조 규정에 의하면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근로형태의 결과 원·하청 간 근로조건 등에서 차이가 없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 그렇지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시작이 된다. 거의 유사한 업무를 같은 공간에서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임금, 복지후생 등의 근로조건은 물론이고 다른 면에서도 원·하청업체 사이에 심각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가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면서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고, 노동계 역시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는 그동안의 사내하청업무를 없애고 소속 근로자를 전부 원청업체로 채용 전환한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업체들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파견과 도급사이에서 파견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판단하는 징표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압축하면, 하청업체가 독립성이 있느냐, 즉 기업운용상의 독립성과 업무수행상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이른바 ‘독립성 판단’을 하게 된다.

 정부는 노동현장에서의 불법파견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상황이다. 사내하청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하청 간 근로자간의 형평성 문제일 것이다. 아무래도 원청소속의 근로자는 중견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하청업체는 그보다 못한 근로조건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문제는 원청업체에 강성노조가 있거나 최저임금의 상승 등으로 인한 임금인상 등의 생산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할 경우 대개의 경우 그 비용부담이 하청업체로 전가 되는 양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근로자간 위화감 문제도 심각하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어 수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 직원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른바 갑질논란 마저 증폭되는 등 노-노 갈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필요와 경제상황에 의하여 사내 하청이 성행하고 있으나 도급업무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판단 장치가 아직은 미흡하고 판례 역시 집적되어 있지 않다보니 여러 문제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상생의 해법! 그것을 찾는 일이 이제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단순한 처벌이 아닌, 기업 간 공존과 공영의 해법을 내놓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 모두의 관심을 모아가야 할 때이다.

 윤진식<(사)대한노사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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