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를 통한 생존 전략
디지털화를 통한 생존 전략
  • 전병찬
  • 승인 2018.10.2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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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닉슨 대통령 하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워싱턴 포스트’는 2013년 8월 6일자 1면 제목을 통해 자신들의 운명을 담담하게 알렸다. “그레이엄家, 포스트를 팔다 (Grahams to sell the post).” 워싱턴 포스트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의 새로운 주인은 바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였다. 그는 개인 자산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고, 인수 당시 기대 반, 우려 반의 다양한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 워싱턴 포스트의 주가는 5%가 올랐고 이후 1년 만에 온라인 구독자가 뉴욕 타임즈를 추월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베조스가 인수 후 처음으로 했던 일은 업계 최고의 개발자들을 끌어와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을 모두 개편했으며 뉴스 발행 시스템인 ARC도 새롭게 개발했다. 또 아마존의 특기인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독자의 취향을 분석하는 등 기술적 혁신을 이뤄낸 워싱턴 포스트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재기했고 지난해부터 유명 언론사들에게 자신들의 기사 발행시스템 (CMS)을 판매하며 스스로를 ‘미디어 테크놀로지 기업’이라 부르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종이 매체 보다는 디지털 기기에 더 많이 의존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뉴스를 손쉽게 접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

  비단 워싱턴 포스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는 필수적이며 디지털 혁신은 이제 성장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게이츠는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 환경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 빠르게 옮겨 가면서 디지털 뱅킹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었다. 또 첨단 기술을 갖춘 이른바 핀테크 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은행이 담당했던 여러 기능을 잠식해 가면서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과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은행도 올해를 디지털화 원년으로 삼고 연내 완료를 목표로 기존 업무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뱅킹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과 상품 개발을 비롯해 임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방은행 최초로 전문기관에 ‘그룹 디지털 오피니언 리더’ 프로그램을 개설해 위탁교육도 실시 중이다.

  또 JB금융그룹에서는 지난해 오픈 뱅킹 플랫폼 ‘오뱅크(Obank)’를 런칭했다. 오뱅크는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 쉽게 협업할 수 있도록 Open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개발해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고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P2P금융, 소액해외송금, 개인자산관리 등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기타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은행이 뱅킹 플랫폼을 제공하며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수평적 협업을 늘려가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방식들을 통해 디지털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영업고객 기반 확대에 있다. 어려운 산업 여건과 인구감소, 노령화 등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전라북도의 구조 속에서 디지털화를 통한 영업기반 확대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지방 은행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싶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디지털화가 성공적으로 뿌리 내린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전북은행은 지방 은행의 한계를 뛰어 넘어 글로벌 수준의 높은 경쟁력과 디지털 혁신을 만들어 가는 금융 회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병찬 /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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