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객에서 경찰로’ 죽도 쥔 여경, 전북 치안 책임진다
‘검객에서 경찰로’ 죽도 쥔 여경, 전북 치안 책임진다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10.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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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도 도복 대신 경찰 제복을 입은 한 여경이 전북 치안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현장을 숨 바쁘게 누비고 있다. 여경의 주인공은 정읍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원보경(25·여) 순경. 본지는 제73회 경찰의 날을 맞이해 경찰관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는 그의 삶과 꿈을 들어봤다.

 전북 정읍경찰서 지능수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경찰 제복을 입기 전까지 전국 최고의 ‘검객(劍客)’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검도 도장에 들려 처음으로 죽도를 잡은 그는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 화려한 수상 이력을 쌓아갔다.

 전국 고등학교검도대회 개인전 우승은 물론 대학교 진학 후에도 전국 대학검도선수권대회·검도연맹전 등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우승한 횟수만 19회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검도선수권에서 3위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여자 개인전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검도 선수로서 생활하던 중 경찰이란 새로운 길을 인도해준 것은 우연히 알게 된 무도 특채라는 제도였다.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싶었고 평소 ‘경찰’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16년 무도(검도)특채를 지원하게 됐고 지원 한 번 만에 경찰에 합격하게 됐다.

 합격 소식 나온 전날부터 잠을 꼬박 새웠다던 그는 아버지의 전화로 합격했다는 사실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합격 사실이 믿기지 않아 당시 기숙사 후배들에게 볼을 꼬집어 달라고 했습니다. 너무 세게 꼬집어, 되려 후배에게 혼내기도 했죠”면서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신임 경찰관으로서의 활약도 이어졌다.

 경찰관 실습교육을 받던 중 사기 범죄 행각을 벌인 범인이 전남 고흥에 나타난다는 첩보를 입수, 해당 톨게이트에서 7시간 가량을 잠복했다. 지칠법한 순간이었지만 범인이 타고 있던 차량 번호만을 기억했고 마침내 차량이 톨게이트로 들어온 순간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했다. 검도를 통해 다져진 특유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10년 넘게 운동한 검도 도복을 벗고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는 원 순경은 누구보다 친절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디어에 주로 노출된 경찰의 이미지는 과격한 일들을 주로 맡아 시민들에게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이미지가 쌓인 거 같다”면서 “웃는 미소로 시민들을 맞이해 경찰에 대한 긍정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도 선수가 아닌 한 명의 경찰관으로 그 몫을 채우고 싶다는 원 순경, 오늘도 긍정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현장을 누비고 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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