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이 없으면 통찰이 없다
관찰이 없으면 통찰이 없다
  • 김동근
  • 승인 2018.10.18 18:1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덧 가을이 우리 곁에 왔다. 길가에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에도 굳건히 견뎌냈었던 나뭇잎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떨어져 있다. 조만간 나무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나목상태로 추운 겨울을 견디어 낼 것이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두꺼운 나무껍질을 뚫고 새로운 싹을 틔우고, 울창한 여름과 결실의 가을 보내며 다시 겨울의 본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자연은 변함없이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고 그 속에서 우리 인간들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람은 통찰을 통해 새로운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사람은 관찰을 통해 관찰 대상을 자세히 알게 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대상사물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물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각하게 된다. 자각을 하게 된 사람은 대상사물과 다른 사물들과의 관련성을 분석하고 구체화하고, 환경의 구조를 바꾸면 되겠다는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통찰이다. 이러한 자각과 통찰을 통해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계획의 변화를 촉진하는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바꾸게 된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 1」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관찰을 통해 풀꽃이라는 대상사물을 자세히 알게 된다. 처음에는 풀꽃이 눈에 보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풀꽃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라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풀꽃이라는 사물을 관찰하면서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각을 통해 시인은 인간을 바라보았다. 풀꽃과 인간은 서로 다른 개체일지 모르지만 관심을 가지고 인간을 오랫동안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 “인간은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인간에 대해 통찰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통찰을 통해 나도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면 아마도 “당신도,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자각이 생긴 것이다. 이것을 통해 새로운 통찰이 생기고 결론을 맺고 행동하게 되는 반복적인 패턴이 나온다. 결국 자연과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순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누군가로부터 받은 관심을 내일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 준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다음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예쁘다, 사랑스럽다’라는 말을 해 주게 될 것이다. 그러한 행동들이 많아진다면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쓰이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의 가사처럼 우리의 삶은 훨씬 풍요롭고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돈벌이는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사람이 돈벌이하는 유형은 생업, 직업, 천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생업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고, 직업은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라면, 천직은 남을 보살피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목민심서」에서 목민은 오늘날 공무원을 의미하는데, 목민은 소를 기르는 목동의 마음으로 백성을 돌보라는 뜻으로 천직이다. 그런 천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나 수행하여야 할 대기업의 오너들이 부정부패 때문에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언젠가 죽어 심판받는 날이 오면 우리에게 던져진 물음은 오직 당신이 얼마나 많이 사랑하며 살았는가? 일 거라는 건 조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어. 얼마나 많은 걸 얻었는가? 라는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얼마나 남에게 주었는가? 라는 물음을 받게 될 거야. 겉으로 보이는 대단함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베푼 것만 따지게 될 거야.”

 어린왕자에 나온 글처럼 우리 사회가 성공의 잣대를 “얼마나 많은 부를 쌓았는지, 높은 지위에 올랐는가가 아닌 남에게 얼마나 많이 베풀며 나누어 주었는가”로 바꾸어야 한다. 홍콩배우 주윤발이 몇 일전 평생에 걸쳐 모았던 전재산 8,1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유명배우였음에도 한 달에 용돈은 11만원을 쓰고 교통수단으로 버스를 이용하였다고 한다. 휴대전화도 17년 동안 사용하였다가 고장이 나서 2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좋아지려면 나태주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d 2018-10-21 22:45:34
정말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하였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남을 도우며 베풀며 살아갔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도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