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삶을 촉촉하게 만들어 줄, 우리의 만남!
메마른 삶을 촉촉하게 만들어 줄, 우리의 만남!
  • 채지영
  • 승인 2018.10.1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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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승선 作 만남(162x112cm, oil on canvas)

 안녕하세요. 저는 며칠전 제주도의 가파도라는 작은 섬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도와 달리 인공적인 관광지의 냄새가 나지 않으며, 자연환경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곳이었죠. 특별히 정돈되지 않은 풀숲들이 쉼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편안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억새풀이 여기저기 무리를 짓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그리고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는 마음의 안정을 불러오는 것 같았습니다. 항구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섬 주변을 돌며 경치에 감탄하고 있을 때, 농장이 아닌 노지에서 백년초선인장 무리를 발견하게 되어 신기하더라고요. 어떻게 이곳까지 씨를 뿌리고 싹을 틔어 선인장 무리를 이루게 되었는지…. 선인장이라고 하면 사막이라는 환경을 생각하게 되는데,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에서의 선인장이라니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국승선 작가의 <만남>입니다. 작가의 회화는 자연에서 시작합니다. 작가의 주변환경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너무나 익숙하여 놓치기 쉬운 것들을 모티브로 삼아 그것을 특유의 회화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자연이지만, 들풀과 야생화들의 작은 움직임에도 교감하고 그것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이를 캔버스에 작업했습니다.

 작가가 그린 선인장은 의인화를 표현하였습니다. 선인장은 사막 기후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며 내부 조직의 수분을 가두어 자신을 보호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 관계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기질을 척박한 사회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강인함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하고 있지만, 사실은 상처와 아픔을 숨기고자 하는 내적 갈등을 표현했습니다.

 선인장은 비록 외면적으로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가시를 지니고 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내면의 기운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하는 신비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나를 따갑게 처한 시선들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감성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메마른 삶의 중심에서 오아시스가 되는 하루가 되길 기대합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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