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멍 숭숭’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멍 숭숭’
  • 김기주·김혜지 기자
  • 승인 2018.10.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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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사태 예고된 일이었나? <1>

 최근 전국적으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눈에 띄는 부정 비리 사례가 아직까지 적발되지 않았지만 도내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또한 불투명하다는 의구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본보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과 해결방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원장, 교사말고 회계 업무 담당하는 직원이 있긴한데 원장 동생이라고 들었어요. 학부모가 운영비 일일이 간섭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그냥 양심에 맡겼죠.”

전주의 한 유치원에 5세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는 학부모 이 모(33) 씨의 말이다.

이 씨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평소에 께림칙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내 아이를 돌봐주는 곳이니까 그냥 믿었다”며 “그동안 유치원에 지출한 돈이 얼마였는지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북 지역에 있는 사립유치원 166곳 중 대부분은 업무 담당자가 없다보니 원장 홀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따로 두기도 하지만 원장과 친인척인 관계가 많아 행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사람을 찾긴 힘들다는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전북을 비롯 타시도 사립유치원은 공립유치원에 도입된 ‘에듀파인’ 전산시스템 또한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공립 유치원과 운영 구조가 다른 사립유치원에서 동일한 전산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도내에서도 원장이 직접 통장 정리를 물론 영수증 첨부 등 모든 회계 관리를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아 1인당 학부모가 내야할 교육비 29만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추가 교육비 등은 학부모가 지출해야 한다.

규모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도내 한 사립유치원의 경우 학비 230여만원, 교재비 86만원 등을 비롯 기타 물품 구입비까지 한 해 동안 300만원 이상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치원마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한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 이 모(33) 씨는 “교육비 지출 내역을 알고 싶다가도 괜히 우리 아이에게 화살이 돌아올까봐 그냥 가만히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보고 꼼꼼히 살펴볼 걸하는 후회가 들었다”고 토로했다.

도내 학부모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사립유치원의 운영 구조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ㄱ유치원 원장 A씨는 “정신 없이 아이들을 돌보다가 미미한 물품 구매 내역을 빠뜨릴 수는 있지만 유치원 교육비와 운영비를 마음대로 쓰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고 반박했다.

김용님 전북유치원연합회 회장도 “일부 유치원이 잘못을 저지른 것을 가지고 사립유치원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그럴꺼면 차라리 누리예산 29만원을 학부모에게 직접 제공하고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는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대로 감사하라”고 강조했다.

김기주·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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