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예술관 전주를 상상한다
지붕 없는 예술관 전주를 상상한다
  • 장걸
  • 승인 2018.10.17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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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는 전국적으로 문화지수 1위, 문화정책지수 2위, 문화활동지수 2위로 200여 개가 넘는 기초지자체 중 문화적 경쟁력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또한 국제슬로시티,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1,000만 관광도시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시민들의 자부심, 행정, 문화예술인들의 역량과 참여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전주가 ‘지붕 없는 예술관이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지붕 없는 예술관은 ‘시민과 예술가가 특정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지붕’은 관례적으로 해오던 어떤 경계, 또는 형식 등도 함의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틀을 깨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주시는 이미 버스 승강장의 갤러리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동형 갤러리 운영, 공공시설 예술간판화 등을 통해 시민들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지붕 없는 미술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공원·광장 등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지붕 없는 공연장’도 병행하고 있다. 특정 공간과 장소로 이동해야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하여 운영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7년에 전주시 내에 있는 문화의 집들은 우리 지역에 있는 인간문화재분들과 함께하는 ‘ 지붕 없는 문화장터’를 운영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당시에 인간문화재분들은 ‘시민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했으며 함께한 시민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우리지역의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참여 분위기를 표현했다. 개인 전수관 중심의 무형문화가 생활문화공간으로 파고들어 단순한 보존이 아닌 생활문화로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산출한 것이다.

 어떠한 의미에서 이러한 시도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일자리·일거리를 제공하여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며 도시의 경관차원에서는 다양한 예술작품의 경관자원을 확보하는 효과도 산출한다. 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역량에 대한 존중과 직접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단초가 되며 사회적 자원화의 길을 적극적으로 여는 정책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타 도시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확대한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문화도시 전주’의 위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인정하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붕 없는 예술관’을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본다. 첫 번째는 대중교통의 움직이는 작품화로 시내버스와 택시의 외부 면에 작화를 하거나 랩핑을 하는 것이다. 1년 365일 수많은 버스와 택시는 움직이는 작품이 될 것이며 기사님들에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소개를 할 수 있게 하여 스토리텔링까지 연계한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1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를 생활문화 공간 등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인간문화재분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기능과 예능을 전시와 공연형태가 아닌 공감과 체험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대화의 시간도 마련하여 무형문화의 가치와 철학 등도 공유될 수 있게 한다면 문화적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예술이 있는 화장실이다. 동작인식 센서가 장착된 전자플레이어에 전주의 전통음악과 창작 또는 연주된 음원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전주역, 터미널, 공공시설 등에는 필수적으로 설치하고 민간의 공간에도 신청을 받아 지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주요 건물 등을 활용한 ‘도시캔버스 전주’로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영상 맵핑이다. 전동성당과 풍남문에서 이미 진행한 바 있고 방문객과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도시의 동력을 확보하는데 창조·창의성은 매우 중요하며 해당 도시의 척도를 판단할 때 예술인의 수는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붕 없는 예술관’은 현재의 문화적 동력을 확보·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관련 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의 시선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공연장’사업이 ‘지붕 없는 예술관’으로 확대되어 경계와 형식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장걸<(재)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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