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두월천노을권역 마을, 주민이 축제의 주인
김제 두월천노을권역 마을, 주민이 축제의 주인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0.17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 30주년 기획] 전북, 사람 중심의 문화를 꽃피우자<3>
현장에서 문화분권의 실마리를 찾다 4.
작은마을 결혼식

 지금부터 남기고자 하는 이야기는 마을 주민이 주인이 된 축제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주민이 축제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 지자체에서 관련 특산물이나 컨텐츠를 가지고 구성해 보이는 축제들의 경우 주민은 객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의 상대적 소외 지역의 경우에는 더욱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보통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 공연을 올리거나 특징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프로그램을 담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고, 그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분권의 시대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마을의 희망과 미래를 함께 공감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마을 주민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날씨도 좋았다. 하늘도 맑았다. 지난 8일 김제 금구면 두월천노을권역 팽나무 일원서 열린 작은 마을 결혼식을 환영하는 듯, 그날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사진 속에 그렇게 남았다.

 등나무 터널과 팽나무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 ‘제2회 두월노을문화축제’는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열렸다. 인생에서 중요한 관혼상제 중 하나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혼처럼, 마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는 의미를 담아 작은 마을 결혼식 잔치를 벌인 것이다.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그 시간, 그 공간의 분위기를 말해주고도 남았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열린 이 작은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주인공이 된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축제가 완성되기까지, 도대체 이 마을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두월천노을권역은 김제시 금구면 낙성리(상사, 사방, 분토)와 청운리(불로, 사동, 상리)를 이른다.

 지난 2014년 예비계획을 세워 이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일반농산어촌종합개발사업의 일환인 창조적마을만들기 공모에 관련 사업이 선정되면서 변화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4년 동안 총 34억9,600만원을 투입해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위한 기반시설 구축과 주민의 커뮤니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펼치는 등 즐겁고 행복한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 계속 진행중인 것이다.

기념사진 찍는 마을 주민들

 

 물론, 그 중심에는 마을주민이 있다. 지난 2013년 테마발굴을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마을권역 주민 17명이 ‘가고 싶은 외할매길 두월천마을’이라는 이름을 대표 자원으로 선정을 했고, 이후 사업이 구체화 되기 시작하면서 권역 이름 재공모를 통해 ‘두월천마을’그리고 ‘두월천노을권역’으로 최종 변경돼 마을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관계설정으로 마을의 공동체를 회복해가는 것이 방범을 찍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열려 마을 안팎으로 주목을 받은 결혼식을 테마로 한 문화축제 또한 그 실험의 연장선이었다.

 

 이날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웨딩드레스를 입고 런웨이를 펼치는가 하면, 지역에 전해져 오는 콩쥐팥쥐 스토리를 각색한 마당극 무대에도 직접 섰다. 또 프리마켓과 한국무용, 노래, 한국화 퍼포먼스 등을 선보여 마을주민에게는 생소한 문화의 향유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농촌마을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려낸 공간의 구성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지난해에 열린 축제에서도 의미 있는 실험들은 이뤄졌다. 마을주민들이 1년이 넘도록 휴대폰으로 찍어 간직한 마을의 전경과 생활상을 담아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시회를 펼쳤으며, 20여 명의 마을주민들이 제작한 그림 티셔츠와 일바지(일명 몸빼바지)를 활용한 노을 패션쇼를 선보이면서 추억을 쌓아갔다.

 한 마디로 이 마을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업의 결과물들은 마을주민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인 셈이다. 마을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행사 기획부터 참여까지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것인데, 해를 거듭할 수록 그 역할이 커지고 있다.

두월노을축제 마당극 공연모습

 

 이 뿐만이 아니다. 두월노을마을에서는 권역 내 위치한 청운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한 숲놀이터 조성하기, 마을청소, 마을벽화그리기, 체험교육,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영화보기 등 그야말로 다양한 활동들에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을의 공동체 회복이라는 오래된 고민을 해결해나가고 있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 온다)는 두월노을마을축제의 모토다. 일회성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찾고 공유하고자 했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밖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2회째 이뤄진 행사가 100회, 200회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인터뷰 - 김석 마을사회사업가

“사람을 사람답게 인정하고, 관계의 소중함 속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마을사회사업가입니다.”

두월노을마을 주민의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애정을 쏟은 두월천노을권역 추진위원회 사무장인 김석(37) 사회사업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두월노을마을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기획자다. 도시에서 10여 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그는 평소 더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을 해왔던 터였다. 이를테면, “복지관 건물에서만 사회복지를 해야할까? 마을 전체가 복지관이면 좋겠다”는 특별한 상상 같은 것 말이다.

두월천노을권역 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그가 1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관계 맺기였다. 아직은 서투른 사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멈추어 서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의 물꼬를 텄다. 마을 주민을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만나면서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해 하는 일이 출발이었던 셈이다.

그의 진정성을 알아본 마을 주민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두월천을 중심으로 마을청소를 해보자고 하면 많은 어르신들이 일손을 거들었고,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하는 법을 교육하니 누구보다 즐거워했던 것이다.

“도시의 공동체가 무너졌다고 하지만, 시골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엔 기계가 일을 대신하다보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다보니 더욱 그러하죠. 사람은 모일 꺼리가 없으면 모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사업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은 송용석 추진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그야말로 꿈같은 시간이었죠.”

그는 올해 말 센터가 준공을 완료하고 문을 열게 되면, 두월노을마을이 더욱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올해 초에는 두월노을영농조합법인도 만들어졌으니,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지금까지 두월노을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여러가지 문화적 실험들이 보다 자주적으로 펼쳐질 내년을 꿈꾼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