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 역사의 옷을 입고 나타나다
전라도 천년, 역사의 옷을 입고 나타나다
  • 이재운
  • 승인 2018.10.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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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전라도라는 이름이 탄생한 지 꼭 천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라북도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의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는 10월 18일에 전라감영(구 전북도청)에서 전라도 천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정도(定道)가 된 1018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10월 18일로 정한 것이다.

 현재 전라북도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가 협력하여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전라도 방문의 해 운영’과 같은 전라도 천년 문화관광의 활성화, ‘전라감영의 재창조 복원’과 같은 문화유산 복원 등 7개 분야 30개 사업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들은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이하여 전라도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전라도 도약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업은 자칫 외형적인 부분에 힘을 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작업이 ‘전라도 천년사’ 편찬이다. 지방지(地方誌) 편찬이 활발했던 조선시대에도 군·현 단위를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를 정리했지 통합적으로 전라도를 살펴본 적은 없었다. 지금도 각 시·군지가 편찬되며 자기 고장의 역사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통합적으로 『전라북도지』, 『광주시사』, 『전남도사』 등이 발간되었지만, 현재의 광역 시도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즉, 지금까지 ‘전라도’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편찬한 적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전라도 천년사’ 편찬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 번도 전라도의 시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편찬 작업은 단순한 역사 서술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전라도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궤적을 녹여 복원하고, 한국사에서 어떠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을 밝혀낼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전라도의 역사·문화 원형 자원을 통해 관광뿐만 아니라 최근 각광받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전라도는 ‘차별’과 지역적 편견에 노출되었고, 스스로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향도 있었다. 오히려 여기에 매몰되어 방어적 입장을 견지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의 상당수가 고창과 화순에 밀집해 있고, 전주·완주 혁신도시에서는 청동거푸집 등이 발견되어 초기 철기시대의 또 다른 중심지였음이 밝혀졌다. 또한, 국내 최대 수리시설이었던 벽골제, 최근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철의 왕국 가야와 국내 최대의 사찰지인 미륵사지,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 왕실의 뿌리인 전주 등 자랑할 역사·문화적 자산을 품고 있는 곳이 우리 전라도이다. 그 유명한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말처럼 임진왜란과 동학농민혁명, 한말의 의병,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전라도가 없었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례들도 너무 많다.

 바로 이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무궁무진하게 ‘전라도 천년사’를 편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역사를 서술한다면 한국사에서 전라도가 가지는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라도민의 자부심을 고양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물론 우리 지역만 최고였다는 점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 역사가들의 엄정한 사료 비판을 통해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고 해석할 것이다. 천년사 편찬 작업을 통해 그동안 켜켜이 쌓여 왔던 전라도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자긍심을 세우는 데 일조할 것이다.

 이처럼 ‘전라도 천년사’ 편찬 작업은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 지역의 사람들이 더 이상 ‘소외’ 등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진취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라도를 바라보아 자기 정체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라도 천년을 맞이하여 전라도민의 저력을 모아서 새로운 천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전라도 천년사’ 편찬 작업은 전라북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의 대표적인 역사학자들이 모여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편찬위원회에서 목차와 집필 방향·구성 체계 등을 확정하여 곧 집필에 돌입하면 2022년 상반기에 결과물을 출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편찬의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하기 위해 10월 26일에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전라도 역사의 연구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여기에는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6명의 발표가 준비되어 있다. 학술대회를 통하여 기존의 전라도에 대한 역사 서술 방식과 연구현황 등을 살펴보고, 편찬 방향에 대한 고민을 향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제 전라도 천년의 역사는 ‘전라도 천년사’라는 옷을 입고 화려하게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운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전라도 천년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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