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속 국정감사, 스타의원 아닌 스타기업인 나와야
경제불황속 국정감사, 스타의원 아닌 스타기업인 나와야
  • 윤석
  • 승인 2018.10.1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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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씨가 화제다.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불려 나와 소신발언을 해서다. 요리 연구가로 유명세를 탄 백씨는, 사실 뼛속부터 사업가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호프집을 한 달 만에 인수했다. 대학교 3학년에는 업체 3곳을 운영하는 15억원대 자산가 됐다. 골목시장에서 시작해, 시장경제의 속성을 이해했고, 요식업 프랜차이즈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는 1700억원대 매출(지난해 기준)을 내는 기업대표다. 국민들 앞에 세워두고 ‘골목시장 상권’ 문제를 막연하게 추궁하기엔 ‘말 빨’이 꽤 센 상대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을 스타로 만들기도 하지만,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백씨가 등장한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 중기부 국정감사장은 후자에 가까웠다.

 물론 백씨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이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도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인을 국정감사장에 세우려는 국회의원은, 적어도 관련 사안에 대한 진지한 자료조사와 공부부터 하는 게 맞다. 보좌관이 작성해준 질의서와 관련 뉴스 몇 줄을 당일 아침 훑고 카메라 앞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즉석 추궁하다 보면 웃음거리 될 확률이 커진다. 현장 출신 기업인은 내공이 강하다. 제대로 알고 하는 질문과 방송출연용 질문을 즉각 구분한다. 탁상공론을 혐오한다. “의원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골목상권과 먹자골목하고 절대 헷갈리면 안 되십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백씨의 답변은 명징했다.

 기업인에게 국정감사는 무서운 곳이다. 서릿발 같은 심판이 이뤄진다. 매년 가을 대기업 홍보팀과 국회담당 직원은 의원회관에서 허리 굽히고 다니는 게 일상이다. 자기 회사 오너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가는 걸 막느라 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반짝스타를 꿈꾼 게으르고 용감한 국회의원 몇몇 논리 없는 막말과 고성이 돌발 영상, 유튜브 등에 꾸준히 노출됐다. 통쾌함이 피로감으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선지 20대 국회 국정감사는 달라졌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업)오너들을 마구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게 필요한 일인지 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경제가 ‘시장’이나 ‘기업’ 덕분에만 유지되는 건 아니다. 지난 정부의 시장만능주의 때문에 우리는 혹독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또 탈법적으로 시장을 독점한 대기업 오너, 철없는 재벌 3세 등 비판받아 마땅한 존재들에 대한 국회(국민)차원의 엄중한 꾸지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정치적 결정’만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시장경제와 정치경제의 조화가 필요하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치권력은 시장을 병들게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늘려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루자는 현 정부 시도가 어떻게 됐는가.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지만, 현재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물론 근로자마저 고통받고 있다. 책상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드넓은 시장과 방대한 노동문제를 재단하는 건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국정감사가 막을 올렸다. 사실상 첫 번째다. 지난해 국정감사는 문 정부 출범 후 5개월째 진행돼 전 정부 검증에 힘을 쏟았다. 현재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시장도 기업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을 몰아붙이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 죽어가는 한국경제를 되살릴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결국 기업인이다. 스타 기업인이 나타나야 한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윈 같은. 다짜고짜 기업인에게 호통치는 스타 국회의원은 인제 그만 보고 싶다.

 윤석<삼부종합건설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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