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의 오해와 진실
쌀값의 오해와 진실
  • 유재도
  • 승인 2018.10.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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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언론에서 한국인 1인당 마시는 연간 커피소비량이 512잔에 달한다고 했다. 이를 저렴한 커피숍 가격으로 판단하면 최소 1백만원 이상이고, 자판기 가격 400원으로 감안하더라도 20만원 수준이며, 우리가 즐겨먹는 라면은 한 봉지에 800원대가 넘었고, 새우과자는 1,100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 우리 주식인 쌀은 어떠한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17년도 61.8kg이라고 했는데, 전북의 10kg용 쌀 가격 3만원 수준으로 감안하면 연간 1인당 쌀 구입비용은 18만원 수준이며, 이 경우 밥 한 공기에 308원(한 공기 103g 기준) 정도 된다. 주곡인 쌀보다 기호식품인 커피에 더 많은 가계지출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밥 한 공기 값이 라면 한 봉지보다 더 싸진 것은 오래된 얘기다. 이것이 우리나라 쌀값의 현실이다.

 요즘 들녘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으로 쌀값이 여러 지면에서 오르내리고 있고, 일부에서는 “쌀값 32% 폭등하여 물가 상승 요인”이라는 말로 쌀값을 호도하는데, 이 말이 맞는지, 쌀 가격은 적정한지 독자들과 함께 냉철하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선 화두인 “폭등”이라는 측면에서, 쌀값을 다른 가격과 한 번 비교해 보면,

 1980년초 쌀 8가마(80kg)면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었지만, 올해는 27가마 정도가 필요하고, 2000년도 한 봉지에 450원이었던 S라면 가격은 현재 권장가격 830원으로 84.4% 상승하였다. 그 기간 산지쌀값(80kg 정곡기준)은 2000년도 158,633원에서 9.25. 현재 178,220원으로 12.3%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고, 더구나, 지난 2016년 쌀값 폭락시에는 16년 전(2000년) 가격보다도 △28,922원(△18.2%)이나 하락한 129,711원이었다. 그 이후 정부 정책을 비롯한 여러 노력으로 현재는 5년 전인 2013년도 가격 수준으로 회복 국면에 있는데, 이를 두고 “쌀값이 폭등했다”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쌀값 “회복” 이유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쌀 소비 또한 계속 감소하여 쌀은 매년 연간 수요량 대비 초과 생산(2017년 쌀 식량자급률 103.4%)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도에는 풍작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증하여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고, 쌀 목표가격과 산지 쌀값의 가격차를 정부에서 보전해 주는 직불금(고정+변동직불금)의 변동직불금도 AMS 보조한도액 (국제기준 농업보조총액) 1조 4,900억원까지 전량 소진되어 국고가 과다 지출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때문에 2017년 수확기에는 생산량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시장 수요 대비 공급 과잉물량 이상으로 시장에서 쌀을 사들였으며, 쌀 생산조정제 추진(쌀 생산면적을 타 작물로 전환하여 쌀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17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쌀값은 지속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농민과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들여다보자.

 농민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생산비라도 유지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더 상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는 너무 많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현재 한 공기에 소비자가격 기준 300원 정도인 쌀값이 진정 아우성칠 정도인지 되 집어 봐야 할 것이다.

 예전 86년 아시안게임에서 임춘애 선수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라면만 먹고 뛰었다”라는 말은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얘기가 되었다.

 물론 쌀값이 낮게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소비자는 부담 없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농민에게는 낮은 쌀값으로 인한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 쌀 목표가격(188,000원/80kg 정곡)을 정해서 농민에게 차액을 보전해 주는 “쌀 소득보전직불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향후 5년 동안(‘18~’12)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을 재설정하는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쌀값이 현재수준이라고 가정한 상황에서 목표가격만 올리면 정부 재정에 부담될 것이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쌀값이 올라가면 가계지출에 영향을 미처, 계속해서 식탁물가 인상에 쌀이 마치 주범인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KREI의 10월 쌀 관측월보에서 올해 쌀은 8만톤 내외 공급 과잉될 것으로 발표했고, 농협중앙회는 “농협에서 올해 쌀 가격 지지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2017년도 수확기 경험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올해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쌀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등 쌀값을 지지해 주길 기대해 보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십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유재도<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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