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체결한 계약, 취소할 수 있을까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체결한 계약, 취소할 수 있을까
  • 강원표
  • 승인 2018.10.14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성년자 법률행위 취소권

 매년 11월 수능이 끝나면 그 동안 수능 준비에 열을 올리던 고3 수험생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할 준비를 시작한다. 대학이나 사회로 나아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은 많겠지만, 옷이나 화장품, 다이어트 제품을 사기도 하며, 성형수술도 받는다.

 이런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많은 기업들은 이 시기에 예비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수많은 상품들을 내놓고 홍보한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상품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성급한 마음에 하자있거나 불필요한 상품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검증된 기업의 믿을 만한 상품이라면 그나마 안심이지만, 이 시기를 노린 일부 검증되지 아니한 기업의 상품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를 통해 구매한 상품이라면 더욱 안심할 수 없다.

 더욱이 화장품이나 다이어트 식품을 방문판매 등을 통해 구매한 경우 그 제품의 성능이나 하자를 뒤늦게야 판단할 수 있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의 철회기간(보통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을 지키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우리 소중한 학생들의 용돈을 지켜줄 수 있는 법이 마련되어 있을까?

 우리 민법 제4조는 19세를 성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성년에 이르지 아니한 자는 미성년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는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라면 18세에 해당하므로 미성년자이고, 대학교 1학년 생일이 지나야 비로소 성년자가 된다.

 미성년자의 경우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정대리인(일반적으로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이와 같은 미성년자의 취소권은 미성년자들의 불완전한 의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미성년자는 계약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취소 안하면 그만이지만, 취소를 하게 되면 소급해서 무효가 된다(민법 제141조). 또 이것은 모든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 무효가 되는 절대적 효력이 있다. 즉 미성년자가 체결한 계약을 믿고 거래한 제3자가 보호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민법은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있다.

 방문판매법은 이러한 민법 규정을 반영하여 방문판매자와 전화권유판매업자가 재화등의 계약을 미성년자와 체결하려는 경우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고, 이 경우 미성년자에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미성년자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음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방문판매법 제7조 제3항).

 무엇보다도, 민법상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만 행사하면 되므로(민법 제146조), 방문판매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의 철회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도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미성년자의 계약 취소권 행사에도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첫째, 미성년자 본인의 능력으로 얻은 소득 범위 내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어려 제반 정황상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처분허락을 묵시적으로라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민법 제6조,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

 둘째,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방은 미성년자가 성년 된 경우에는 그자에게, 미성년자가 성년이 되지 아니한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그 취소할 수 있는 행위를 추인할 것인지 여부의 확답을 촉구할 수 있고,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하면 그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5조).

 셋째, 미성년자와 거래한 상대방이 계약 당시에 미성년자임을 모르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미성년자가 계약을 추인하기 전까지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민법 제16조).

 넷째, 미성년자가 계약 체결 당시 속임수를 써서 자기를 성년자로 믿게 하였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것처럼 믿게 한 경우에는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민법 제17조). 여기서 ‘속임수’의 의미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주민등록증을 변조한 것과 같은 ‘적극적인 기망 수단’을 쓴 것을 말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단순히 ‘성년자로 군대에 갔다 왔다’고 말하거나, ‘자기가 사장이라고 말한 것’만 가지고는 속임수를 쓴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대법원 1955. 3. 31. 선고 4287민상77 판결, 대법원 1971. 12. 14. 선고 71다2045 판결).

  우리 학생들이 좋은 대학생 또는 사회인이 되는 첫 걸음을 현명한 소비와 함께하길 바란다.

 강원표<법률사무소 동주·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