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을 맞는 향기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을 맞는 향기
  • 채지영
  • 승인 2018.10.1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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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진 作 가을풍경(36×44cm, oil on canvas, 1990)

 안녕하세요. <가을의 창문을 열면>이라는 제목의 이외수님의 시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어디쯤 오고 있을까 // 세월이 흐를수록 //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단풍나무 불붙어 //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요즘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열어서 가을 바람을 마주하게 되면 코끝이 시려지는 느낌을 받으실거예요. 산천초목이 이제는 뜨거운 햇살의 기운이 아닌 추운 겨울을 만나기 전 따뜻한 가을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요즘입니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수줍게 붉은 나뭇잎과 눈 맞추고 자연과의 호흡을 시도해보셨는지요? 그간 뜨거워서 올려다보지 못한 하늘을 쳐다보면서 주변의 산도 바라보고 그리고 나뭇잎도 쳐다보며, 선선한 가을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시간들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강정진 작가의 <가을풍경>입니다. 작가는 산과 물이 빼어난 전북 완주군의 고산 자연휴양림 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빛에 의해 늘 변하는 풍경은 사물에의 깊은 이해를 가르쳐주었다”며 성장기 환경이 준 감수성을 말합니다.

 또한, “나는 자연의 심층(深層) 그 생명의 근원을 담고자 늘 고뇌한다. 붓 터치하나 손 끝하나 마음 한 켠 묻어나오는 진정한 마음의 형상을 조형적 요소로 가미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작가 노트에 적곤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면 대부분 풍경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특정 사물에 시선을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자연을 응시하는 고요의 이미지에 집중한 탓이겠지요. 작가는 바위와 새 등 자연의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소재의 아름다움 보다는 산과 숲과 들, 그리고 하늘의 구름 등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현상을 전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 내포하고 있는 고유의 정서적인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가 매우 넓은 듯 합니다. 그것을 구체적이며 예리한 선으로 표현하지 않고, 색채의 번짐 현상과 면과 선이 만나는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공간의 분할과 밀도감 있는 붓터치를 선택하여 빛과 음영의 대비의 조형성을 작품에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원색으로 연출된 화면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열정과 애착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시간, 여러분도 창문 가까이 다가가 보길 권합니다. 창문을 열어 보세요. 노랗고 붉은 옷을 갈아입고 있는 풀과 나무를 마주하며, 지난 여름 눈부시게 따가운 여름을 보낸 부드럽지만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분주하게 하고 있는 가을향을 천천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작품 = 강정진 作 가을풍경(36×44cm, oil on canvas,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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