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의 특별한 자식교육을 생각한다
가수 임창정의 특별한 자식교육을 생각한다
  • 송일섭
  • 승인 2018.10.11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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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방송가에는 가수 임창정이 아들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그에게는 아들이 넷이나 있다. 이들은 아빠를 닮아서 개구쟁이라 할 만큼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한다. 임창정은 이런 아이들을 키우며 대견스럽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빗나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아이들이 ‘아빠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더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의 일이다. 자신의 아들 첫째와 둘째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이웃에 사는 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이를 본 순간, 임창정은 평소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을 보고 적잖게 당황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버지처럼 아이들을 불러서 꾸지람을 하지도 못했고,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처럼 ‘맞고 다니는 것보다 때리는 것이 낫다’고 아이들을 편들수도 없었다. 그러나 임창정은 보통의 아버지들과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인기와 지명도를 믿고 위세를 부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적잖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혼내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첫째와 둘째 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아이를 찾아갔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두 아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사고하고 다짐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중의 인기스타가 스스로를 낮추면서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일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아버지가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다가 이내 펑펑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펑펑 큰소리로 오열했던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만으로도 가슴 뜨거워지는 일 아닌가. 백 마디 말보다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참교육 아닌가.

이 일이 있은 후, 아이들은 매사에 더 신중해졌음은 물론이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아버지가 더 이상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얼굴을 붉히고 아들들에게 큰소리로 혼을 내거나 손찌검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원망하거나, 아버지 몰래 더 교묘하게 친구를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맹자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못지않은 대단히 값진 교육적 사례다. 자식의 일탈에 대해서 부모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은 많은 부모들에게 낯선 일이 된 지 오래다. 무조건 남의 자식을 탓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하나 같이 부모들의 상전(上典)이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어야 했고,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제동장치가 없는 가운데 말썽꾸러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가정교육 부재 시대’에 사는 느낌이다. 이 세상의 부모들이 하나같이 ‘내 자식 감싸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재벌 회장의 자녀 역성들기와 얼마나 대조적인 일인가. 얼마 전에는 몽둥이를 든 깡패까지 동원하여 제 자식의 기를 세워주는 왜곡된 부성애를 보기도 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 배운 부모도 자식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가수 임창정이 보여준 특별한 자식교육은 두고두고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그이 아이들은 다시는 남을 괴롭히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비켜서지 못하는 부모들의 맹목적 사랑 앞에 경종을 울린 일화다.

임창정 가수, 나는 그를 인기가수로서 아니라, 훌륭한 아버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아버지들이 세상에 많다면 지금처럼 학교폭력도 만연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날 보기 드문 자랑스러운 아빠로 그를 다시 보고 싶다. 그의 히트곡 <단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들으면서 그의 자녀교육법을 생각해 본다.

 

 

송일섭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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