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덕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
강봉덕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10.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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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

 강봉덕 시인의 시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람을 향하고 있는 따뜻한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그 누구보다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자 하는 시인. 인연의 소중함을 끝까지 붙잡고자 노력한 부지런한 시인. 사람을 사랑하는 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자신을 더욱 낮추는 시인. 그가 바로 강봉덕이다.

강봉덕 시인이 첫 시집 ‘화분 사이의 식사(실천문학사·9,000원)’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예민한 감각과 특유의 상상력을 덧댄 51편의 주옥같은 시가 실려 있다. 지난 201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그 여자, 마네킹’을 비롯해 시인이 목도하고 있는 삶과 생, 사람과 관계, 사회와 추억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사물이나 현상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라면, 그는 타고난 시인임이 분명해보인다. 쉬운 언어로 비유와 상징을 덧대 끓어올리는 감정선, 그가 쓴 시에서 유독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어둠이 스륵스륵 돌아오는 시간/ 산비탈 사글세 집으로 반품되는 신발들”(「반품되다」)을 통해 세 식구가 보낸 하루를 상상하게 된다. 고등어 조림을 만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본 시인은 “퇴근길 포장집 막소주 한잔을 기억하는 동안/ 아내는 내 삶을 맛본다”(「나를 끓이다」)고 노래하며 크게 다르지 않을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또 시인은 울산공단의 아름다운 야경 뒤에 숨은 근로자들의 굵은 땀방울을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시내버스 안의 건조한 풍경을 통해 비추는가 하면, 퇴행성관절염을 앓던 아버지의 발목에 인공뼈가 자리한 그 날에는 “속도와의 경쟁에 앞서려고 헛바퀴”를 돌렸던 현대인의 자화상을 발견하고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낯선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한 편 한 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소중하게 넘기다보면 독자들은 이내 무릎을 탁 치게 되고 만다. 가슴은 뜨거워지고도 남는다.

 

 현실의 언어를 낯설게 조합한 그의 시어는 난해하지 않으면서 호소력이 있어 의미망의 깊이를 곱씹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강봉덕의 시는 맑고 카랑카랑하다. 그의 시에는 음습한 뒷그림이 없고 애써 숨기고자 하는 복면의 시어가 없다”면서 “물질문명의 한복판에서 외형화와 작위적 조작과 물량 공세가 팽배한 현실을 정신주의의 힘으로 넘어서려는 몸짓이 그의 시다”고 평했다.

 경북 상주 출생으로 2006년 ‘머니투데이’경제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13년 ‘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계간 ‘동리목월’신인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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