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5대강을 걷다
전북의 5대강을 걷다
  • 천판욱
  • 승인 2018.10.1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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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보보다 식보요. 식보보다 행보가 낫다.’ 는 말이 있다.

 걸으면 건강하다. 살아 있으면 걸어야 한다.

 전북에 발원지를 두고 흐르는 강은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풍천강 5개가 있다.

 그 강들의 발원지는 뜬봉샘, 데미샘 ,밤샘, 까치샘 ,맹매기샘으로 전주에서 가까워 발원지에서 강하구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산을 좋아해 산을 1천회 정도 오르니 새로움을 향한 마음이 꿈틀댄다.

 ‘인자 요산, 지자 요수’ 라는 글귀가 생각나 ‘그래 강을 따라 걷자’하고 계획을 세웠다.

 가능하면 강가를.혼자 온전히 걷자.

  첫 경험은 소중하니 가까우며 잘 아는 만경강으로 정했다.

 1/50000 지도를 보니 5~7회면 가능하다. 산이나 강이나 혼자일 때가 가장 자유롭고 편하며 내가 내면의 나를 본다.  

#1 새해 1월 만경강이다.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은 자주 가 본 경험이 있어 실수 없이 찾아간다. 맑으나 바람이 차다. 음수교까지 걷기로 하고 무작정 물가를 따라 가니 처음은 실개천이라 우습다. 찻길, 논둑, 밭둑, 제방을 걷고 다리가 없으면 도강을 하여 음수교에 도착했다.큰 강도 이처럼 조그마한 샘에서 시작하여 모든 실개천의 물을 거부 않고 함께 어우러져 흐르며 차츰 강이 된다.

 ‘아, 나는 물처럼 사나?’물처럼 살고 싶으나 그렇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차로 수 없이 지나던 길을 두 발로 걸어 보니 새로 보이는 것들이 많다.‘음, 이것이 강 따라 걷기의 맛이구나’ 즐겁다. 6번 걸어 만경강 하구 심포항에 도착하여 ‘봉화산’ 봉수대에 올라 감격하여의 눈물을 흘리고 전북의 강을 다 모두 걷고 싶어진다. 

#2 섬진강이다.

 자료를 모아보니 15회 내외로 가능하여 데미샘을 출발하여 망덕포구까지 하루 4~6시간 내외 16회로 마치니 ‘강 따라 걷기가 등산보다 쉬운데 즐거움은 비슷하다’ 는 생각이 든다.

섬진강 걷기 중 옥정호수를 어떻게 진행하나 난감하여 지도를 여러 번 보고, 주변에 물어 보니 앞에 간 팀들이 자료를 주는데 온전히 안 가고 도로는 차로 가고 쉬운 코스를 택하여 종주함을 알고 ‘온전히 걷자.’는 원칙을 지키기가 힘듦은 해 본 사람은 안다.

 옥정호수를 5회로 나누어 온전히 마치니 자신이 넘친다. 임실군 진뫼에서 순창군 동계에 이르는 천담,구담,구미리의 아름다운 풍광은 넋을 잃게 한다. 매화, 진달래, 장구목, 협곡을 흐르는 섬진강은 보고 또 봐도 아름답고 돌아서면 그리워진다.

 임실, 순창, 곡성, 구례, 하동에 이르는 아름다운 섬진강의 물길이다. 망덕포구의 정병욱 가옥 답사는 덤으로 ‘윤동주’ 시를 사랑하게 하고 귀갓길에 과속하여 고지서를‘과속 범칙금도 애국이지.’ 하고 낸다.

#3 금강이다.

 뜬봉샘도 여러 번 가보았으나 군산 하구둑까지 먼 거리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다다르겠지 다짐하고 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지형을 보면 거의 맞다. 무주 포동교에서 금산 수통리 구간은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처음은 길이 좋았다.강변길이 끝나고 좌는 높은 산. 우는 산이 강변과 절벽인데 가마우지들이 강 변 바위에서 잠수를 한다. 앞은 밭인데 밭과 산이 만나는 지점에 사알짝 등산 리본이 보인다.

 금산군 부리면 방우리에 힘들게 도착하였다. 산 넘고. 배도 타고.또 산을 넘어. 고생 고생 한 뒤 방우리에 도착하여 무주읍 앞섬 마을까지 말없이 둘이 걸어 도착해 점빵의 얼음과자를 먹는데 오늘은 ‘천국과자’다. 여울을 도강해 걷는데 어느 지점에 다다르니 길이 없어 고생을 했다.

 이번 구간은 두 번 도강하면 되는데 네 번을 도강하여 수통리에 도착하니 ‘만사 형통이요. 금강은 만사 수통이다.’ 석양에 수통리의 경치는 아름답다. 5회 걸어 전북구간을 마쳤다.

 이른 더위에 금강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에서 멈추고 가을에 이어 가기로 하고 멈춘 발길 아쉽다. 아쉬워. 

#4 동진강이다.

 동진강의 발원지는 논쟁 중이라 나는 정읍시 산외면 상두리‘구장샘’에서 시작하였다. 이장의 도움으로 구장샘에 가보니 수풀이 우거져 접근이 어렵다. 발원지 위치를 확인하고 첫 물이 고이는 곳에서 출발하여 구장리.만병리.동진리.서진리를 거쳐 산외면과 칠보면에 이르면 섬진강 물을 받아 큰 물줄기가 된다.

 태인면 낙양리에 이르니 동진강 물을거의 좌.우로 흐르게 하여 호남평야로 보낸다. 강물은 흘러야 하나 농사가 먼저다. 밥이 하늘이니 밥을 키워야한다. 강은 ‘나는 가을부터는 넘치게 흐른다.’ 고 속삭인다. 신기한 일은 호남평야 너른 들에 흐르는 동진강에 낙차가 있을까? 두개의 소수력발전소가 있다. 걸어야 보이고 알게 된다. 새만금에 포위된 부안군 동진면 안성리 ‘문포’가 종강인지라 동진대교에서 문포까지 6km를 온전히 햇님과 동무하며 걸어가니 너무 덥다.

 문포는 폐 어촌으로 마음이 착찹하다.늦게 동진강 발원지는 내장산 먹뱀이골 까치샘 임을 알고 6월에 가는데 길이 없고 뱀이 많고 곤충 천국이다.

 끝까지 오르니 아무 것도 없으나 발원지에서 만석보 부근 합수지점까지 4회로 마쳤다.

#5 풍천강 시작이다.

 풍천강, 인천강. 본 이름은 ‘주진천’이다. 주진천은 30여km의 시내인데 바다에 이르고 고창 지역에서는 ‘풍천강’ ‘인천강’ 으로 부르며 전북의 5대강이다.

 우리 민족은 1,3,5,7,9 홀수를 좋아하여 전북에서도 4대강보다 5대강을 선호해 주진천 보다 ‘풍천강.풍천강’ 하고 ‘풍천 장어’를 전국에서 최고로 알아준다. 7월이라 아주 덥다. 고창군 고수면 수량동 ‘맹매기샘’을 찾아 이장님과 가는데 여기도 수풀이 우거져 30m 전방에서 포기하고 첫 물이 고인데서 하루에 마치자 결심하고 열심히 걷는데 고창읍 고인돌 공원에 오니 지친다.

 ‘애고 하루 더 오자 하루 더 와’. 다음날 이어 가는데 고창 지역에는 큰 바위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할매 바위’ 에서는 암벽 훈련으로 시장처럼 요란스럽다.

 반암리 부근은 큰 바위가 즐비하여 장관을 이룬다. 그 중 으뜸은 ‘병바위’ 이다.

 정말 잘 생겨 멀리서 보면 사람 머리모양이고 가까이 가면 하늘에서 병이 뚝 떨어져 꽂힌 모습이다.

 신기하고 아름다워 오랫동안 본 뒤 선운사 부근에 다다르니 바닷가 냄새가 풍기고 멀리 ‘좌치나루’ 가 보인다.

 좌치나루에 도착하니 풍천강도 2회로 마쳤다.

 ‘아, 마쳤구나, 마쳐!’

 전북의 5대 강 모두 걸었다.

 눈물이 난다. 해낸 기쁨에 강은 바다에 이르면 자기를 바다에 맡기고 사라진다.

 풍천강도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다. ‘전북의 5대 강을 걷느라 고생했오’ 하고 풍천강이 손 흔든다.‘가을에 다시 걷자. 주변의 강을!’

 강을 걸어보니 강변을 둑으로 쌓아 직강화 되어 구불 구불한 모습이 그리워지고, 강변 모래 톱이 그립다.

 강변에 풀과 나무는 고기들의 안식처와 산란터가 되며 고기들이 친구들과 노는 놀이터가 되는데 수초와 나무가 없어 삭막하다.

 또한 왜 그리 쓰레기가 강에 많은지?

 강이 더 이상 오염되기 전에 강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강을 사랑해야한다. 우리 모두.

  천판욱<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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