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산악 안전도 ‘솔릭’스럽게
단풍철 산악 안전도 ‘솔릭’스럽게
  • 이선재
  • 승인 2018.10.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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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솔릭이 지나간 이후 각종 소셜 미디어 등 대중매체에 ‘솔릭스럽다’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행방이 묘연하여 기다려도 오지 않거나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끝남, 설레발이 심함을 뜻하는 말로, ‘솔레발’, ‘솔릭하다’라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당시 전북지역이 태풍 솔릭의 길목이 되어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였고 전북도는 도민 안전을 위해 비상대응 최고령 단계를 발령해,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태풍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도내 지역 42개 항·포구에 2,800여 척의 선박이 피항했으며 공원 탐방로 99여개에 대한 입산이 통제되는 등 하늘길과 바닷길 모두가 통제됐다. 1,300여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태풍 북상 시점과 등교 시간이 겹칠 것으로 예상해 일제히 휴업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태풍 솔릭은 요란한 예고와는 달리 비와 바람 모두 우려했던 것만큼 강하지는 않았고 다행히 이렇다 할 큰 인명 피해는 남기지 않은 채 지나갔다. 태풍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태풍 맞이에 만반의 준비를 했고, 태풍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넘치도록 대응한 결과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요즈음 태풍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선선해진 바람을 따라 산을 찾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 시기 단풍 절정기도 찾아오면서 이에 따른 안전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악사고 구조 출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총 1,509건 중 33% 정도인 506건이 가을철에 발생했다. 이 중 10월이 36% 정도로 가장 많은 출동 건수를 보였다. 사고 발생 시간대별로는 낮 12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전체 출동의 43% 정도로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으로는 조난 사고가 307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실족 추락, 개인 질환 순으로 발생했다. 최근 도내에서도 60대 남성이 등산 중 실족으로 좌측 발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40대 남성이 암벽 등반 중 30미터 정도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계절 특성상 떨어진 젖은 낙엽에 발을 헛디뎌 발생하는 사고는 물론, 알록달록 색색의 빛깔에 물 들은 산의 절경에 심취한 나머지 앞서가는 일행의 발길을 놓쳐 발생하는 조난 사고도 적지 않다. 요즘은 SNS가 일상화가 되면서 일명 인생샷을 남기려다 위험 지역에 들어가거나 무리한 포즈를 취하려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더 안전에 유의하고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입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라북도 소방본부는 가을철 등산객 인구 증가를 대비해 산악사고 안전대책을 수립해 사전 예방관리와 대응활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도내 사고 다발 위험예상지역 9개소에 간이 응급의료소를 설치하여 등산목 안전지킴이와 시민 산악구조봉사대 운영 등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응급처치와 안전산행 지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과 대피소에 간이구조구급함과 심장 충격기를 설치하였으며 난간, 철책 등 위험지역 안전시설물 불량사항이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또한 기간 중 안전 산행 문화 정착을 위한 예방 캠페인 등 우리 지역을 찾는 모든 등산객들이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 등 예방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행방이 묘연하여 기다려도 오지 않거나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끝남을 의미하는 태풍 솔릭이 낳은 신조어.

 전국적인 ‘솔레발’이 있었지만 예상만큼 크지 않아 어떤 이들에겐 허무함마저 남겨 주었다. 그러나 태풍 솔릭은 분명히 지나갔고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큰 피해를 입은 곳도 있었다는 사실. 지난 태풍 안전에 우리 모두가 함께 철저히 대비를 했던 덕분이라면 이번 가을 단풍철 산악 안전 역시 소방관들에겐 솔릭스러워서 결국 ‘솔릭’스럽게 큰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

 이선재<전북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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