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첫출발이자 새출발, 익산
우리 역사의 첫출발이자 새출발, 익산
  • 김병용 작가
  • 승인 2018.10.0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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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회 익산전국체전을 맞아 보내는 헌사] <상>

 고향 혹은 출발점을 돌아보는 마음

 고향에 대한 기억은 의외로 강렬하다. 난 어린 시절 내 고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궁벽했고 늘 바람이 차게 불었다. 하지만, 막상 고향을 떠나고 난 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심한 향수병 같은 것을 앓으며 살아간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더욱 자주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왜 우리 할아버지들은 여기에 삶의 터전을 잡았을까 궁금해 하는 것. 그렇게…, 깨달았다. 왜 나는 지금 여기 살고 있는가, 나는 어디서 출발했는가… 고향이란 내 궁금증이 잉태된 곳, 그 궁금증이 뿌리 뻗어 나가기 시작한 첫지점이라는 걸…

 어린 시절 나는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한동안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특히 앞에 큰 ‘대(大)’자를 쓴 게 그랬다. 외부를 향한 어떤 허세를 보는 듯한 느낌, 그렇게 대단히 큰 나라가 왜 저 ‘작은’ 왜국에게 강토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는 것인지…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타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를 향한 것이란 생각… 지난 수천 년 이 강토를 지킨 조상들에 대한 헌사, 그리고 우리도 그와 같이 이 역사를 지켜가야 한다는 다짐이 담긴 게 ‘대한민국’이란 국호에 담긴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조국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서 출발했는가!

 

 익산,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고향

 올해 99회 전국체전이 익산에서 열린다. 전국 여러 곳에서 선수단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익산행 기차나 버스를 타고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적 기시감 같은 게 느껴진다.

 기원전 194년, 고조선의 준왕이 수천 명의 수하와 함께 바다로 남하하여 이곳 익산에 터를 잡으니 그때부터 삼한의 역사 시대가 열리고 이른바 ‘삼한정통설’은 현재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결정되는데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서기 674년, 삼국전쟁과 나당전쟁이 이어지던 시기 안승을 따르는 고구려 유민 수만 명이 익산으로 내려왔고 여기서 전북의 곳곳으로 산개하게 된다. 민족적 대격변이 있을 때마다 북에서 내려온 이들이 이곳 익산에 터를 잡았다는 것은 우연일까. 최소한 고대 시기, 익산은 오갈 데 없는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었고, 익산은 그때마다 그들 모두를 품어준 제2의 고향이었고, 그렇게 한민족의 역사적 흐름이 지속됐다.

 이런 면에서 익산은 역사의 터미널이라고 할 수 있다. 도착하는 곳이며 또 출발하는 곳.

 나바위에는 새로운 종교적 희망을 품은 조선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첫 행보가 기록되어 있고, 일제 강점기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민족종교 원불교가 깊이 뿌리내린 곳이 또한 이곳 익산이다. 그 옛날 선화공주는 노랫길을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이곳을 찾았고, 아마도 황등 석공의 조상이었을 아비지와 아사달 그리고 또 이름 모를 백제의 공인들은 신라나 일본으로 떠났다. 이처럼 익산에 들어오고 또 나가는 사람들을 지금 돌이켜보면 곧 평화, 사상, 새로움의 전령사였고 새로운 가치의 창조자들이었다.

 익산이 지닌 가치와 의의를 이미 1,100여 전에 명쾌하게 정리한 이가 있었다. 서기 900년 후백제 건국을 선포한 견훤은 ‘옛 역사를 살펴보니 금마에서 마한이 먼저 일어나고 여기서 백제 6백년이 시작됐다’라고 선언했었다. 역시 견훤의 시대였던 922년, 역사서에는 이때 미륵사 개탑이 있었다고 전한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미륵사는 이 무렵 3백여 년 만에 대규모 보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익산이 우리 역사의 발상지란 의식과 그 역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2018년 올해 그동안 무너져 내렸던 미륵사 탑이 다시 우리 앞에 새단장을 마치고 그 얼굴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글 = 김병용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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