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물그릇을 지키는 하나 된 노력 필요
우리의 물그릇을 지키는 하나 된 노력 필요
  • 김현수
  • 승인 2018.10.0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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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원의 공급을 위해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적 확보뿐 아니라, 양질의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관리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의 종류는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인류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수자원의 경우는 전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양적, 질적 관리의 중요성이 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자원은 호수나 저수지, 하천 등과 같은 지표수 자원과 지하수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 및 일부 공업용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자원은 지표수체로부터 공급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든 지역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는다. 또한,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는 모든 지역이 지역 수자원의 수질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질적, 양적 불균형으로 인해 청정한 양질의 수자원을 가지는 경우, 인접지역으로부터의 분배 요구가 발생하게 되고, 때로는 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으로 국가 간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도민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수자원 분배에 관련된 갈등은 국내의 여러 자치단체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과 물 사용에 관련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사이의 해묵은 갈등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있고, 도내에서도 옥정호 개발문제를 놓고 정읍시와 임실군이 갈등을 빚어 전라북도의 중재 하에 해결책을 도출하는 작업이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수자원의 사용을 놓고 일어나는 대부분의 분쟁은 깨끗한 수자원을 보유한 지역과 수량 또는 수질문제가 있는 지역 사이에서 발생하며, 대부분 물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쪽에서 추가적 분배를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전라북도도 수자원 사용을 놓고 타 도와 여러 갈등을 겪고 있는데, 용담호와 옥정호와 같은 양질의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타지역의 분배요구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합당한 이유가 있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다른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고,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여러 수자원의 개발 목적에 맞게 물을 공급하고 사용하고 있는 반면, 타지역의 수자원 분배에 관련된 여러 가지 요구는 합당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 또한, 물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자구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하고, 실제 이를 통해서 해결될 가능성이 충분한 경우도 많다.

 물 분배와 사용을 놓고 각자 주장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정당한 목소리가 자꾸 묻힌다는 데 있다. 통합 물관리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구성된 물관리 일원화 비전포럼의 금강 및 영산·섬진강 분과에 충남이나 전남 측 위원은 수십 명이 배정되었지만, 전북은 단 한 명만 배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전북지역에 유리한 여러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이들을 무시하고 새로운 조사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으며, 전북지역의 용수 사용 필요성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확실치 않은 수질영향을 내세워 우리의 물그릇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현 상황보다 더욱 답답한 것은 물 분배에 관한 향후 논의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충남과 전남 등에서는 각 지역의 자치단체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그리고 심지어는 물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기업까지 하나가 되어 논리를 만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전북은 이와 같은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지방선거까지 전북 도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당선된 도내 정치권이나 전북지역 거버넌스의 주축이 되는 시민단체 등은 이 문제에 대해서 놀라우리만큼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 지향하는 정치사회적 비전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북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가장 큰 책임 중 하나는 모든 도민의 안정된 삶이 확보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라북도의 안정된 물그릇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정당한 요구를 함께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도민을 위한 수자원 관리정책을 도출해야 한다. 상기한 물관리 포럼에 홀로 참여해 수십 명의 타지역 전문가들과 논쟁을 벌이며 우리의 물그릇을 지키려 노력한 대학교수가 있다. 앞으로는 이 대학교수의 분투가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현수<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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