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구와 함께한 55년’
‘표구와 함께한 55년’
  • 이형석
  • 승인 2018.10.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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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표구업에 종사한지 어언 55년이 지났다.

 표구(表具)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사용하던 용어이며 한일합방 뒤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쓰기 시작하여 지금은 일반화 되었다.

 표구는 옛날 배첩(褙貼), 표장(表裝), 장황(裝潢)등으로 불렸으며 서예나 그림 등 예술작품에 종이, 비단, 나무 등을 이용하여 족자, 액자, 병풍 등으로 꾸미는 것은 물론 낡거나 훼손된 작품을 보완하고 재생하는 작업을 말한다.

 표구의 목적은 작품을 장기간 보존하고 전시, 감상에 있으며 특히 역사적 가치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에 대한 원상의 완전한 보전에 있다고 본다.

 표구는 그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하는데 두루마리 형태의 족자, 유리와 틀을 끼우는 액자, 그리고 여러 폭을 연결하여 만드는 병풍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 액자는 평액자와 2중액자만 있던 것이 지금은 평액자, 2중액자, 남정식 목판, 선면, 돌출 등 다양한 액자가 나오게 되었다.

 평생을 표구 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회고해 보면 표구사는 서화작품의 인기와 더불어 번창과 쇄락이 이어졌다.

 전라북도에 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다가산방” “호남표구사”등 몇 곳밖에 없었는데 서화작품의 거래가 호황을 이루고 서예학원이 늘어나면서 표구사도 점차 늘어났다.

 급기야 70년대 후반에는 표구사가 70~80여 곳으로 늘어났으며 이러한 호황기는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서화계의 침체와 현대인들의 가치관 변화로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표구사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최근에는 10여 곳 밖에 남지 않았고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침체된 표구시장에 기계족자를 제작하는 곳이 여기 저기 생기면서 손 기술로 제작하는 표구사는 더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표구사는 더 사라지리라고 본다.

 필자는 16세의 어린나이에 조중태 화백이 운영하는 전주 중앙표구사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고 좀 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부산으로 가서 “보천당 표구사”를 운영하는 김만희 선생에게 풀 쑤는 방법과 배접하는 방법 등 전반적인 기술을 터득하였다.

 이어서 경남 마산으로 가서 박장환 화백이 운영하는 “현림당 표구사”에 근무하면서 서예, 한국화 등 예술작품에 대한 식견을 넓혔다.

 그 뒤 고향으로 돌아와 전주 현대표구사와 서울표구사에서 근무를 하였고 드디어 1973년 전주에 “보천당 표구사”를 개업한 뒤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표구하였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는 국립 전주박물관에 기증한 석전 황욱 선생의 대작 적벽부 전지 18폭(300cm*100cm*18폭) 병풍을 제작한 것과 도립국악원의 12폭(230cm*90cm) 병풍, 그리고 객사 현판글씨인 풍패지관(470cm*180cm) 대형 탁본을 배접한 것이다.

 액자 표구의 작업 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비단을 마름질하고 그림의 배접(褙接)에 들어간다. 배접할 때에는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풀을 쑬 때 신경을 써야 하는데 필자는 밀가루를 침전시킨 후 백반과 황납을 넣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배접한 다음에 그것을 건조 판에 붙여 말린다.

 잘 마른 것을 뜯어내어 정리하고 비단을 붙인다. 작품과 비단 사이에는 금선(金線)을 넣으며, 고화(古?)의 경우에는 색지를 쓰는 경우도 있다.

 기본 작업이 마무리가 되면 이것을 작품규격에 맞는 액자 틀에 끼움으로서 작업이 마무리가 되는데 작업 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배색, 촌법 등 미적조화까지 고려하여야 한다.

 표구사에서 사용하는 연장으로는 재단 칼, 대칼, 전판, 풀비, 일판, 건조판 등과 목공들이 쓰는 작은 연장들이 있다.

 필자는 그 저 먹고 살기위해 표구를 배웠고 평생직장이란 사명감으로 55년 동안 일해 왔다.

 필자의 희망은 다시 한 번 서화 작품의 인기와 서예학원의 번성으로 우리 표구업이 번창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집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또 한 평생 동안 표구에 대하여 연구하고 노력해서 습득한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표구업의 침체로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형석 / 보천당 표구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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