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그 멋진 날, 아름다운 날
10월, 그 멋진 날, 아름다운 날
  • 정영신
  • 승인 2018.10.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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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다. 10월은 사계 중 중추(仲秋)로 평균 기온은 14도 정도이며, 쾌적한 기후만큼 들과 산자락에는 물매화, 구절초, 쥐꼬리망초, 까실쑥부쟁이 등 온갖 야생화가 만발하고 오색단풍이 온 산을 휘감는 천하절색(天下絶色)의 멋진 계절이다.

 10월은 산야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긴 남성의 계절이며, 그 감성 충만한 남성에게서 사랑 고백과 청혼을 받은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는, 1년 중 결혼식이 가장 많은 혼인의 달이다. 그래서 여성보다는 오히려 남성들에 의한 10월의 사랑 노래가 연분홍 꽃분홍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바람 따라 허공을 날거나, 결혼식장의 축가로 불리는데, 그 대표적인 노래가 바리톤 김동규가 부른 그 유명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사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의 원곡은 안네바다의 ‘Dance Toward Spring’을 1995년 현악곡으로 리메이크해서 시크릿가든 1집에 수록한 ‘Serenade To Spring’인데, 이 곡에 한경혜 작사가가 가사를 붙인 것을 바리톤 김동규 성악가가 불러서 유명해진 노래이다. 그 음색은 천상을 치솟는 테너도 아니고 땅끝에 와 닿는 베이스도 아닌 중저음의 바리톤 음색으로 여성의 심연(心淵)을 소리도 없이 출렁이게 하는 로맨틱한 목소리다.

 그 진중한 음성에 10월의 가을빛 사랑이 스민 감성 넘치는 가사 ‘……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사랑은 가득한 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모두가 너라는 걸/네가 있는 세상/살아가는 동안/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사랑은 이런 마음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순간,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잿빛 하늘을 나는 빗방울 하나, 하얀 눈송이 하나, 날리는 나뭇잎 하나, 별빛 한 줄기, 달빛 한 줄기에도 온통 사랑이 담기고, 살아가는 이유 역시 모두 사랑 때문이며, 작은 바람도 죄가 될 것 같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에는 더 이상 세속적으로 빌고 싶은 소원도 없고 사랑하는 이 외에 더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사랑이다. 10월의 사랑이다.

 10월이다. 10월의 숫자 10(十)은 아브라함 헤레라의 『천국의 문』에 제시된 것처럼 오직 의로운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열 가지 목적과 열 줄기의 빛, 열 개의 불, 열 가지의 영광, 열 마디의 말, 열 가지의 시금석(試金石), 만물의 모태인 열 가지 종(種)처럼 신이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알리는 숫자이며,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숫자 10은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절대적으로 완전한 수이며, 꽉 차서 넘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한 숫자 10(十)은 사방과 중앙을 의미하는 상서로운 수로서 새,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의 십장생(十長生)처럼 장구함과 다수, 깊음과 충만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10월은 신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길상(吉祥)의 달이기 때문에, 고구려의 동맹이나 고려의 팔관회처럼 10월에는 가무백희와 함께 천제(天祭)를 올려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백성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10월이다. 상고시대로부터 10월은 하늘의 계시가 수확으로 결실을 맺는 완전하고 충만한 상서로운 계절이며, 인륜지대사인 혼인과 천제(天祭), 축제의 계절이다. 이 10월에 사랑하는 이의 손을 맞잡고 옥정호 솔숲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축제와 천만송이 국화축제, 진안 마이산 홍삼축제, 지리산 둘레길 구절초축제, 코스모스 숲 사이 김제 지평선축제 등 단풍과 들꽃이 온 산야에 날리는 전북의 축제와 함께 이 멋지고 아름다운 10월을 맞이해보자.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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