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사람보다 높은 벼슬은 없다”
청렴! “사람보다 높은 벼슬은 없다”
  • 박병돈
  • 승인 2018.10.04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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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지나고, 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10월이다. 어릴 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머님의 손발이 부지런해지며 집안 구석구석에 먹거리가 쌓여가던 이 즈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물자가 풍성하다 못해 버려지는 요즘이지만, 그때만 해도 어디 그랬을까? 먹을거리가 풍성하여 몰래 드나들며 차례거리를 집어 나르는 사람쥐 노릇을 해도 단속하는 어머니의 눈매가 초승달같이 너그러웠던 때는 1년에 딱 두 번, 명절뿐이었던 것 같다.

 비록 어린 시절의 명절과 지금의 명절이 가지는 의미가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한가위에 대한 설렘은 한민족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어,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고군분투하며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게 된다.

 얼마전 명절에 함께 모여 TV를 보던 중, 과거엔 명절에 즈음하여 각종 매체에서 선물 택배물량이 폭주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 뉴스에서 본 광경은 국회, 정부청사 앞 배송차량에서 각양각색의 박스가 쌓여 있던 모습이었다. 대개가 업무상 관련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하는 나름의 명절인사 대신이었을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훨씬 전에 이미 사라진 풍경이지만, 그 시절에는 공공연하게 그러한 것이 명절 풍경으로 보도될 정도로 흔한 모습이기도 했던 것 같다.

 K-water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선물반송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어느덧 벌써 5년이 되었다. 반송센터는 선물을 받은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자진신고를 하고 감사실을 통해 물건을 반송하는 제도로, 처음 도입할 때에는 ‘보내는 쪽에서 예고도 없이 보내온 것을 미처 모르고 신고기간을 놓치면 어떡하냐’는 일부 볼멘소리도 잠시 있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청렴의식 수준이 올라가고 이러한 제도들이 자리를 잡아가니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부담스러운 관행은 뚝 끊어져 이제 곧 반송센터도 문을 닫게 생겼다고 담당자들이 너스레를 떨 정도이다.

 문득 세간에 오르내리는‘갑질’행태들을 보면서 다른 듯 닮은 선물, 소위 ‘인사치레’라고 하는 예전 관행을 떠올려 본다. 사회생활 초년시절 주위에서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 윗사람에게 잘 보이라는 것이었다. 윗사람한테 잘 보이고, 맞춰주는 것이 사회생활의 제 1덕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각종 매체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오늘날의 신세대들에게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는 것 같다.

 어찌보면, 장유유서, 연공서열 및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윗사람 및 거래처에 잘하고, 맞추는 것은 당연한 전통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물건 고유의 색이 바래지듯, 상사에게 마땅한 예의를 갖춘 인사가 변질하여 아부와 뇌물이 되고, 기업간의 관계에는 뇌물을 넘어 갑질의 행태로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산업화 초기, 고도성장을 위해 조직의 命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문화가 점차 수평화됨에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 기업에서 아직도 잘못된 상명하복식의 관행 및 갑질이 남아 있다. 이는 오직 앞만 보고 달리고, 달려야만 했던 과거 성장 제일주의에서 파생된 어두운 그림자의 잔재라고 생각된다.

 K-water는 올해 9월부터 갑질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조직 내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인격존중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당한 업무처리 지시를 받거나 임용, 승진 등 인사관련 압력이 있거나, 외부 고객과의 업무처리 중에 부당한 압력행사나 요구가 있는 경우 위 신고센터를 이용하면 “공익신고자 보호법”, “내부신고자 보호법” 등 관련 법에 의해 보호받음과 동시에 위법한 갑질에 대한 적법한 조치가 가능하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회자한 바 있는‘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신분사회가 과거의 역사로 물러난 오늘날 모든 사람은 그 직위와 관계없이 평등하고, 마땅히 평등해야 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문구처럼 사람보다 높은 벼슬이 과연 있을까?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지금의 지위와 富는 언제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부질없는 것이다. 유난히 하늘이 드높은 이 가을, 지위고하에 변치않고 알차게 영근 진정한 청렴사회를 소망해 본다.

 박병돈 K-water 금·영·섬권역부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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