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와 월드뮤직, 또 한 번의 만남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월드뮤직, 또 한 번의 만남
  • 홍현종
  • 승인 2018.10.0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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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의 본고장 전주,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자신 있게 내세운 개막공연은 ‘소리 판타지(SORI FANTASY)’이다. 6개 나라 80여명의 아티스트가 전주에 모여 판타지 같은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은 다양하고 수준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접해보기 쉽지 않았던 음악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으로 전달되었으며,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지역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인 ‘굿’을 테마로 중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궤를 같이하여, 한국의 전통 굿인 ‘진도씻김굿’이 개막작의 첫 무대를 열어주었으며, 각국의 신을 향한 전통 음악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터키의 수피 음악인 ‘메시크 앙상블’, 프랑스의 ‘오도앙상블’ 등 토속적인 음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기도 하였다.

 또한 우리의 전통음악과 월드뮤직과의 만남은 좋은 협업의 결과로 표현되었는데, 소리꾼 ‘정보권’과 ‘플라멩고 댄서’와의 가무협연, 대만의 얼후 연주자 ‘왕잉치에’와 ‘전주판소리합창단’의 콜라보, 타악그룹 ‘동남풍’과 베트남 ‘닥락성민속공예단’의 타악 협연은 우리가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무엇보다 네덜란드와 세네갈 연주자들로 구성된 ‘트리오 라이제거-프란예-실라’의 탁월한 연주는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아니면 접해보기 힘든 공연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80여 분의 한정된 시간 동안 11개의 공연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었다. 마치 공연 쇼케이스를 스쳐가듯 바라본 느낌이 들었으며, 공연에 집중하고자 하면 끝나고 마는 짧은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물론 개막작에 출연한 개별 아티스트들의 온전한 작품은 소리축제 기간 중 독자적인 공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고 하나, 반대로 충분한 기량과 의욕을 갖고 있는 해외 아티스트들에게도 사전 연습과 호흡을 맞춰보기에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며, 여건이 허락했다면 보다 더 훌륭한 개막작을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특히 개막작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각국 아티스트들의 즉흥적인 시나위 합주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화제성과 상품성을 가질 수 있었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의 예상 밖의 등장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었으며, 공연이 진행될수록 그 등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나 반대로 충분한 사전 연출과 조율의 부족함을 집행위원장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연주자들의 음악적 수준을 인정하고 전적으로 연주자들에게 맡길 수 있었다면, 보다 즉흥적인 진정한 시나위 협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1년에 시작해 어느덧 17회째를 맞이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판소리와 국악의 다채로운 실험과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 음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는 물론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음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서 펼쳐지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작이 일회성 ‘갈라쇼’가 아닌 축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우리의 전통 음악과 각국의 월드뮤직이 하나 되는 축제이기 보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 경연장이 되고,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무리한 욕심일까?

 축제가 끝난 후 재공연이 가능한 전주세계소리축제만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면, 내부적 수준 향상은 물론 외부적 권위와 명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며, 진정 우리가 바라는 것 또한 그러한 결과임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글 = 홍현종(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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