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가슴에 스며들다.
자작나무 숲, 가슴에 스며들다.
  • 채지영
  • 승인 2018.10.04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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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병수 作 자작나무 숲(60x117cm, oil on canvas, 연도미상)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들을 자작나무의 숲으로 안내합니다.

 차가운 기운의 북풍이 불어오면 자작자작 하는 속삭임 소리를 낸다는 명칭의 유래가 있는 자작나무는 잔가지가 위로 솟구치는 시베리아 계열로, 백두산에 많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자작나무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요. 나무껍질에 기름이 많아 주로 땔감으로 쓰였다고 하는데요. 20m 이상 쭉 뻗은 미끈한 줄기와 곱고 흰 나무껍질 덕에 ‘나무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있다고 하는군요.

 교동미술관에서는 9월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故 정병수 작가의 유작전 <자작나무 숲> 전시를 진행합니다.

 작가는 원광대 미술교육과 81학번으로 현재 전북지역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기들의 든든한 지원으로 추모 1주기를 미술관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과거 현실과의 타협점으로 출판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였고, 실력을 인정받아 <교양이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이야기, 어린이 파브르 곤충기> 등 다수의 책에 일러스트삽화 작업을 하였습니다. 순수회화와는 달리 다양한 독자들의 취향과 출판사의 요구를 부응해야 하는 일러스트는 그림 실력 뿐 아니라 응용력 등 작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그러나 작가는 순수회화를 향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첫 개인전을 하였을 때에 당시 활동하던 작가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섬세한 필치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색감으로 점점 호평을 받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자작나무는 그의 생전에 그린 대표작으로, 자작나무 숲의 가을과 겨울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생전에 자작나무의 흰색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였는데, 이는 작가의 삶이 얼마나 많은 번민과 외로움으로 가득찼는지, 자작나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교동미술관은 생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연구해 전북미술사의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더불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작고작가 유작전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가을을 품은 한옥마을에서 자작나무가 주는 위로를 미술관에서 만나보시길 기대합니다.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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