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도 좋다
기업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도 좋다
  • 이선홍
  • 승인 2018.10.03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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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1952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아이젠하워가 이른바 ‘GM맨’인 찰스 윌슨을 국방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상원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한 의원이 “GM 출신으로 한평생 GM 이익만을 추구해 온 당신이 만일 GM 이익에 반하는 국가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묻자 찰스 윌슨은 이렇게 응수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라고.

 GM과 미국을 동일시하는 오만방자한 발언이었기에 얼마 간의 설전이 오가긴 했지만, 해당 발언은 큰 논란 없이 마무리 지어졌다. 다소 과한 측면은 있었을지언정 당시 부동의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이었던 GM의 미국 내 위상이나 존재감이 워낙 컸던 까닭이다. 이 무렵 GM은 미국의 거대 자동차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였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GM처럼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기업이다. 2016년 기준 기아자동차 등 계열 상장사 11개의 직접 고용인원만 13만9천여 명에 달하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시장점유율 70%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약 128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약 500만 명 이상이 현대자동차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사를 통해 봐도 그렇다. 자동차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현대자동차가 걸어온 지난 50년은 그 한걸음 한걸음이 살아있는 경제 발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7년 회사를 설립해 미국 포드사와 합작으로 국산화율 21%의 코티나 승용차를 생산함으로써 국산 자동차시대를 열었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국산차 고유모델 개발에 나서 그로부터 7년만인 1975년 포니를 생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2010년에는 세계 5위권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함으로써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5년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 선정 글로벌 100대 브랜드 중 30위권에 처음 진입하는 역사적인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후방 효과가 그 어느 업종보다 큰 자동차산업 특성상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은 우리나라 경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차지하고 있다는 외형적 지표들을 봐도 그렇고, 수출주도형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무역수지 개선에 혁혁한 기여를 해오고 있는 부분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런 현대자동차가 현재 경영위기에 처해 있다.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와 미국발 FTA 재협상, 안티현대 여론 등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다. 그 연장선상에서 상용차 부문을 책임지는 전주공장 역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만에 하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조업중단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과 맞물리면 전라북도 경제에 매머드급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다던 찰스 윌슨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된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누군가 “현대자동차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 좋고, 대한민국에 좋은 것은 현대자동차에도 좋다”고 말했을 때 미국처럼 순순히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다. 공과(功過) 중 공은 쉽게 잊어버리고, 과에만 너무 집착하는 우리나라 풍토를 고려하면 아마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싶다.

 우리가 이렇게 기업과 기업인 기를 죽이고 폄훼하며 제 살 깎아먹기에 전념하고 있는 사이 세계 각국은 아베노믹스, 트럼프노믹스 같은 국가 이기주의를 앞세워 자국 산업 보호·육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제가 힘들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말하기 전에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선홍<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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