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정치의 그림자
중국 경제와 정치의 그림자
  • 채수찬
  • 승인 2018.10.0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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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며칠간 베이징에 갔었는데 계속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말로 들었던 것과 다르다고 그곳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그들 얘기가 최근에 아프리카 정상들을 초청하는 큰 회의가 있어 정부에서 공해를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하늘이 쾌청한 것도 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중국에 많이 가지 않았는데 작년부터는 중국에 갈 기회가 많았다. 왕래하면서 갖게 되는 한 가지 느낌은 뭔가 ‘그로테스크’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상당 기간 지속한 높은 경제성장률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격리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들이 있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인 구글이 접근이 안되고 카톡도 안 되는 게 이해할 수 없다. 신문도 미국의 뉴욕타임스, 프랑스의 르몽드는 접근이 안 되는데 묘하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는 접근이 된다. 언론통제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저녁에 TV를 보면 여러 채널에서 동시에 공산당의 항일투쟁하는 역사 드라마가 나온다. 반공영화를 단체관람하던 우리나라 60년대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거기에 오래 사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중국에 가면 대학들에도 가보고, 창업 혁신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는 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베이징중관촌의 창업 지구에 가니 몇 개 블럭을 털어 창업 거리를 만들었는데 원래 있던 상인들은 밖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계획대로 일을 빨리 추진하는 입장에서 보면 효율적이긴 하겠으나, 그렇게 해서 조성된 창업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방마다 창업 혁신 단지를 만들었는데 대부분 아직은 큰 건물들만 줄지어 지어놓고 입주 기업은 많지 않아 보였다. 만난 기업인들과 교류하다 보면 그 지역 공산당 간부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또 각 지방마다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과학기술자들을 유치하는 「천인 계획」들이 있어 이들에게 작지 않은 인센티브를 주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벤처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는 않다. 중국 출신의 어느 재미 과학자에게 성과가 미진한 이유를 물어보니, 연구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한 환경에서는 창의적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견해였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보려면 중국의 정치를 봐야 한다. 현재의 중국 정치는 등소평 이래 거대 인구의 삶을 향상시킨 개혁적 신흥국의 이미지는 아니다. 내치는 통제중심적이고, 외치는 팽창적이다. 안으로는 언론을 통제하고 변방 지역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 밖으로는 경제력과 무력을 과시하며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은 소탐대실로 한국에서 중국에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도 중국을 잠재적 위협국으로 생각하게 하였다.「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중국 중심의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자국은 이익을 취하고 주변국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을 취하여 주변국들에게 골칫거리가 되었다.

 중국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요국들에도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지위가 상승하는 만큼 거기에 걸맞은 의무를 다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으로 팽창하고 있어, 세계의 질서와 성장에 도움되기보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도 이런 배경에서 진행되고 있다.

 리더십의 필요조건은 자기보다 못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다. 일본이 미국을 따라가다 주저앉은 것도 리더십이 결여였다. 돈은 벌었지만, 주변의 못사는 나라들을 도와주려는 마음가짐보다는 자국의 이해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리더로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지금 여기까지 온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도 역시 리더십 테스트에서 실패하고 있지 않은지.

 채수찬<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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