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전시의 해설과 엘리티시즘
뮤지엄 전시의 해설과 엘리티시즘
  • 김은영
  • 승인 2018.09.30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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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이래로 박물관은 컬렉션을 제시하고 해석함에서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배양하고 전시 진열에 적용되는 전략과 해석의 틀을 끊임없이 실험해오고 있다. 모든 박물관은 인간의 경험의 어떤 부분들과 연관되는 전시품이나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전시는 관람자가 개인적 의미를 발견하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 할때 완성된다. 관람자가 전시물과 교류하는 방식은 전시물의 성질과 전시환경이나 개인이 부여하는 중요도, 전시물이 어떻게 놓이고 연관되는가와 같은 문맥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물이나 미술작품의 물리적 외관만을 고려하기보다 그것이 놓일 때 암시하는 의미나 중요도, 또는 맥락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 현대적 해석관의 핵심이 된다.

 미국박물관협회는 21세기 박물관 교육과 비전을 노정한 지침서 “수월성과 공평성”에서 박물관 해석의 과정이 문화적 지성적 관점을 드러내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해석적 과정에서 다른 문화적 맥락과 이질적 시각에도 목소리를 부여해야 하며 토론과 심지어 논쟁이라 할지라도 학구적으로 다루어야 하고, 이로써 균형잡힌 메시지를 전달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사상을 발견하여 그 자신의 의견을 가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의 교육과 전시에 대한 관점은 ‘미술관은 신성한 장소로서 대상의 심오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해나 도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만한 언어는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미술작품은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단 한마디의 말이나 인쇄된 단어 없이도 폭넓고도 최상의 의미에서 교육적이다”라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 미술관의 해석과 교육을 둘러싸고 미술관장과 큐레이터, 이론가들의 논쟁이 지속하였고 순수미학주의적 미술관의 입장은 오늘날까지도 소장품과 전시해석의 기저를 흐르고 있다. 그 결과 미술관의 전시는 일부 계층만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로 여겨져 미술을 쉬이 접할 수 없도록 막는 경계막이로 작용해왔다.

 오래도록 견지되어 왔던 ‘해석 불필요’의 관점으로부터 20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워싱턴의 허숀미술관의 관장 스테판 빌은 미술관 해석의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미술관의 담론이 미술가와 미술작품을 넘어서 그 전체적인 문맥 안에서 확대시킨 균형성 있는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걸작만을 선별해 보여주기 보다 태작과 평작까지도 포함된 전체적 맥락으로 한 예술가의 창의적 능력이 발현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미디어 학자 닐 포스트만은 저서 <교육의 종말>에서 서구문명을 지탱해온 전통적 교육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서 영속성과 목적의식을 주는 인류의 기원과 미래의 예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 즉, 교육의 가치를 재정의하기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였다: 즉, 우주선 지구, 타락한 천사, 개척정신, 다양성의 법칙, 언어의 직조가-세계의 창조자 등이다. 박물관학자 세럴은 이 다섯가지 은유가 다양한 박물관의 교육과 전시의 해석철학에 중요한 지침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우주선지구 이야기’는 인간은 지구라는 우주선의 선원들이며 함께 협력하여 잘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는데 동물원, 아쿠아리움, 식물원, 자연사박물관은 이러한 이야기로써 자연의 보존과 균형에 관한 통념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시의 레이블(설명문)을 쓰는 일은 곧 ‘언어의 직조가는 세계의 창조자’ 은유로 제시된다. 이는 언어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일깨우는 일이므로 언어의 사회적 윤리적 상징적 의미를 십분 고려해 관람자들에게 의미 있고 유용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의 엘리티시즘을 극복하는 길이 설명과 해석의 새로운 차원으로 미술을 쉬이 접근 가능케 하고 예술가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 안에서 창의성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김은영<전북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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