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설치! 감시인가? 인권침해인가?
수술실 CCTV 의무설치! 감시인가? 인권침해인가?
  • 김형준
  • 승인 2018.09.27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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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사실은 어제오늘의 사안이 아니다. 최근 수술실 내에서의 대리수술문제, 성추행, 무면허의료행위 등 사건이 있으면서 이를 막기 위해, 혹은 법적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지난 9월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0월부터 년 말까지 경기도 내 안성병원에 수술실에 시범적으로 CCTV를 설치하겠다”고 하면서 불속에 기름을 붓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CCTV 설치 이슈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대한의사협회가 인권과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주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토론을 요청한다”고 하였고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은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국민 여러분께 정확하게 말씀드리겠다. 토론 제의를 환영하며 가급적 생방송 토론을 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월20일 울산지방경찰청은 울산 A여성병원의 간호조무사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안 중 하나로 “수술실 CCTV 촬영허용의 법제화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예정이다.”라고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의 한 축을 만들고 있다.

 먼저 CCTV 설치 의무화를 찬성하는 쪽의 입장을 살펴보면 대리수술이나 성추행 같은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해 CCTV 설치의 적극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CCTV 확대 방침에 대해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의무입니다”라고 밝히며 2022년까지 약 800억원을 들여 7천여개의 지능형 고화질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찬성을 주장하는 울산지방경찰청 황운하 청장은 일선병원에서의 관행적 음성적인 무면허의료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 수술실 출입자 기록관리 철저 및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수술의 수술실 CCTV 촬영허용 등의 법제화 검토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경기도보다 좀 더 구체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계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 반대론자인 최대집 의협회장은 수술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인의 진료가 위축됨으로써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방해될 뿐만 아니라, 수술 등 의료행위를 받은 환자 개인과 간호사 등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과 그 비밀이 현저히 침해될 것이며, 결국 수술 의료진과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극히 일부 탈선 의료인에 의한 범죄 때문에 전체 의료인을 감시해야 할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여 의료인을 압박하고,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일종의 노동 감시로 정말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성 환자에 대한 외과 수술 등 예민한 장면이 여과 없이 공개되어 여러 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한대로 복제, 재생산됨으로써 심지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동영상으로 변질하지 않을 것임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라는 우려 또한 간과할 일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행되는 수술에 대해 의료진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기록되고 사소한 실수도 법적으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환경에서 노동해야 하는 의료인으로서는 심적 압박감은 정말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쪽 모두 타당한 면도 있고 또한 부작용의 우려도 무시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 수많은 수술마다 열람을 요구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며 혹시 모를 누출을 방지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행정적, 재정적 비용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일 것이다. 한편으로 CCTV가 합리적으로 도입된다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나 법적 다툼 같은 불필요한 분쟁에서 오히려 영상을 통해 쉽게 증명되므로 의료진을 보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많은 의료기관에서 CCTV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번 논란이 건전한 토론을 통해 촬영, 열람, 보존, 폐기 등의 조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고 무분별한 열람요구나 누출 방지책을 마련하여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혜안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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