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소중한 자산”
“실패도 소중한 자산”
  • 김병용
  • 승인 2018.09.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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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면서 성공하기도 하고, 때론 실패의 맛을 보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태어나자마자 경쟁은 시작되고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대학 진학 시 그 경쟁은 정점에 이르게 된다. 요즘은 대학생도 고3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가 어렵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최근 취업이 잘된다는 일본은 지난 7월 유효구인배율은 1.63배였다. 구직자 한 사람당 1.6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의 유효구인배율은 6월 기준으로 0.65배다. 100명이 65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말이다. 이러하니 한국의 젊은이들은 당연히 취업에 실패하게 되고 실패의 쓰디쓴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와서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신입사원 때부터 조직 내 경쟁은 시작되고 승진 피라미드에서 누락될 때마다 좌절한다. 더군다나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조직에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나 투자에 손실이 발생하여 징계라도 받게 되면 정년까지 재직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은 창업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2015년 자영업 폐업률은 전체 개인사업자 664만명 중 폐업자 74만명으로 11.1%, 2016년은 12.2%, 2017년은 11.7%로 3개년 평균 11.7%에 이른다. 자영업 4대 업종(도매·소매·음식·숙박업) 폐업률은 전체 자영업에 비해 4~5%p 가량 높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해마다 10% 이상, 4대 업종의 경우 15% 이상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 없이는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어린 시절 수없이 들어온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에디슨’이 있지 않은가? 에디슨뿐인가?

 국내에서도 70의 나이에도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성신제 피자의 성신제씨가 있다. 그는‘피자헛’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 토종 피자브랜드 ‘성신제 피자’ 대표로서 개인종합소득세만 110억을 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치킨·타코·컵케이크 등으로 9번을 실패하고 10번째 도전을 하고 있는 외식업계 전설적인 인물이다.

 또한 창업을 통해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잡스(애플),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등은 명문대학을 중퇴하고 20대에 일찍이 창업하여 세계 최고의 부와 명성을 거머쥔 사례이다.

 이처럼 실패는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실패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008년부터 벤처 사업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행사인‘페일콘 (fail+conference)’이 열리고 있고, 2014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실패 공유 네트워킹 운동 ‘퍽업 나이츠(Fuck-up Nights)’도 있다.

 ‘퍽 업’은‘개판’, ‘엉망이 되게 함’이라는 뜻으로, 퍽업 나이츠는 여러 차례 시도했다 실패한 사람들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페일콘과 다르게 창업과 경영에 국한되지 않고 연애나 공부 등의 실패 얘기도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9월14일 광화문 광장에서 ‘2018 실패박람회’가 개최되었다.“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실패의 경험을 사회적으로 자산화하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아울러 우리와 이웃한 대전광역시에서는 ‘실패박물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실패를 딛고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실패를 주제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20년 1월에 개관하기로 한 박물관은 실패사례에 대한 학습을 통해 예비창업자들이 창업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콘텐츠들로 꾸며지며, 예비창업자와 재창업자 스타트업과 투자자와의 만남의 장도 마련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지역도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로 창업이나 자영업의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 성공사례의 전파도 중요하지만, 실패사례를 모아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좋지 않다 보니 음성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패를 양성화하여 그 정보를 공유하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실패를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용  JB금융지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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