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큰 것이다
작은 것이 큰 것이다
  • 김동수
  • 승인 2018.09.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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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담겨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사소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작은 것을 무시한다. 작은 것이 자라 큰 것이 되기 때문에 작은 것을 놓치게 되면 결국 큰 것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공하고 싶다면 남들이 쉽게 지나쳐 버리는 작은 일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길을 가다 넘어지는 것도 커다란 바윗돌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듯이

 인간의 행복이나 불행도 이처럼 그 처음은 작고 하찮은 일상에서부터 비롯된다. 1982년 마을 주민 73명을 살해한 경남 의령의 우 순경 총기 사건도 ‘낮잠을 방해한 파리 한 마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썩은 사과 하나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상자 속 사과가 결국 다 썩게 된다는 ‘나쁜 사과 한 알(a bad apple)의 이론’도 그것이다.

 한 승려가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에게 ‘도(道)’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고 했다. ‘도(道)’라고 하면 특별한 것, 또는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기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도(道)’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들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평상시의 마음과 행동이 그대로 ‘도’라는 것이다. 밥 먹고 잠자는 것,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일거수일투족의 일상 그대로가 곧 도이고, 선(禪)이다는 것이다.

 일찍이 신라 의상 대사께서 설파하신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 한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다 들어 있다-는 말씀도 같은 맥락이다. 집 앞 푸른 산도 다가가서 보면 작은 나뭇가지와 푸른 잎들의 모둠체이니 세상의 작고(小) 적은 것(少)들 속에는 이처럼 크고(大) 많은 것(多)들이 다 들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일에 대해 ‘크다’, ‘작다’고 내리는 판단도 근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하나의 세계’이다. 하나 속에는 이후에 전개될 많은 것들의 씨앗이 들어 있으니, 크고 복잡한 것도 실은 그 작고 하찮은 ‘하나’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것 하나하나는 별 힘이 없어 보이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쌓이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작은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고(水滴穿石), 바위 틈새에 떨어진 나무 씨앗 하나가 마침내 큰 바위를 갈라놓듯, 작은 것들의 힘은 무섭고도 위대하다. 그래서일까? 선인들은 크게 되고 싶거든, 먼저 기본에 충실하라고 한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사소한 하나하나에 충실하다 보면, 그 사소가 얼마 뒤 뜻하지 않게 우리를 보다 큰일로 이끌어 주게 될 것이다.

  『중용(中庸)』에서도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致曲 曲能有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唯天下至誠 爲能化)’하니 적은 일에도 곡진하면 이소성대(以小成大), 뒤에 큰일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도 권한다. 참선을 한답시고 굳이 토굴에 들지 않더라도, 틈날 때마다 작은 보살행이라도 실행에 옮기면 크게 불은(佛恩)을 입게 된다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세 번만 틈틈이 염송하거나, 신발만 가지런히 벗어 놓는 ‘조고각하(照顧脚下)’만 실천에 옮기는 수행도 그 중의 하나라고 권한다.

 규모가 성공과 이윤을 보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 세스 고딘(Seth godin)도, ‘크게 되고 싶거든 작게 행동하라’. ‘규모가 크다는 것이 더는 장점이 아니다. 유능함이 오히려 변화의 적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비록 작고 사소하더라도, 순리에 따라 기본을 잘 지켜 실행에 옮겨가는 수행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자산이다. 작은 일부터 충실하게 하라.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담겨 있다. ‘바위를 가른 어린 새싹들의 기적’을 믿고 있기에 해 본 말이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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