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에 제구실 못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재정 위기에 제구실 못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09.26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15명이 함께 다니고 있는 전북 지역 K대안교육 위탁기관의 상주 담당교사는 단 한 명이다.

학년급이 다른 학생들이 한 공간에 섞여 있지만, 교사는 한 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관심과 지원은 애초 불가능해 보인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은 제각각이고 명목상 수업 시간표가 있지만 그대로 운영하지 않는 모습이다.

학교에 부적응했거나 집안 또는 개인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위기학생을 지원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의 취지와 현실은 따로 노는 형국인 것이다.

이로 인해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위기학생이 학교에 복귀하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곳에 불과할 뿐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답답하기는 대안교육 위탁기관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K대안교육 위탁기관 원장 A씨는 “기관에 오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15명이 넘는데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버거울 때가 많다”며 “상담교사라도 더 채용하고 싶지만 인건비가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가끔 외부 강사가 자원봉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러 오지만 시스템상 지원이 아닌 A씨의 인맥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A씨는 “위기학생을 체계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거의 사비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인력 충원과 시설 보완 등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북 지역에는 11개의 대안교육 위탁기관이 있으며 대부분 같은 현실에 처해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대안교육 위탁기관에 전년도 정원 기준으로 기관마다 최소 2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 식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대다수 기관이 빠듯한 재정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은 일부 학생이 대안교육 위탁기관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문제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B대안교육 위탁기관에 다니고 있는 김모 군(16)은 “이전에 있던 기관들이 여러모로 잘 맞지 않아서 3번 정도 옮겼다”며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곳은 없었고 간 곳마다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실효성 있는 예산 지원의 필요성과 함께 대안교육 위탁기관의 질적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도내 대안교육 위탁기관 중 도대체 몇 곳이나 전문성을 가지고 위기학생을 지도하고 있을지 의문이다”며 “교육청의 예산지원도 문제지만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으면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무조건 설립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이 직면한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고 예산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 배정과 학년 분리 수업 등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해 대안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