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정치적 도박
북한 김정은의 정치적 도박
  • 이정덕
  • 승인 2018.09.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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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번째 정상회담을 하면서 평화의 문을 더 크게 열었다. 이번 평양회담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크게 감소시킨 역사적인 회담이지만 두 정상에게 정치적 위험도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를 보면 “북핵 폐기 실질 진전 뭐가 있나,” “北 핵·장사정포 그대론 데… 우리는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 “13년 전 9·19 비핵화 합의보다 진전없는 9·19평양 선언” 등으로 남북 정상의 평양선언을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민주국가에서 흔히 있는 정치적 위험이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연히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훨씬 어려운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절대적인 적으로 간주하며 북한의 내부를 단속해왔던 정책을 김정은은 일거에 뒤집었다. “적의 수괴”로 표현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북한 생존의 절대무기로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던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의 내용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고 평양에서 주민 15만명을 모아놓고 공개적인 연설까지 하도록 하였다. 이는 많은 북한주민들뿐만 아니라 또한 미국과 남한에의 적대가 자신들 세력강화의 기반인 북한 군부나 북한 노동당의 다수에게도 커다란 충격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북한에서 불만이 폭발하거나 군부 쿠데타가 발발하거나 김정은을 교체하려는 세력이 커질 수 있고, 또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거나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이러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수괴”인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평화공세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김정은의 평화공세를 위장평화쇼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인 핵 폐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말로만 약속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지원만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위장평화 쇼일까?

 그동안의 행태로 보면 위장평화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북한주민에게 너무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밝혀왔고 “적의 수괴”와 너무 많은 공개적인 약속을 해왔다. 북한주민들에게까지 그렇게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자기 권력의 안정보장이 확실하다면, 정말 핵 폐기를 하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경제특구나 관광특구를 개발하고 있어 이를 취소하는 것도 정치적 위험이 매우 크다.

 김정은이 그렇게까지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한 것은 선진국인 스위스 생활을 경험했고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성장을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홍수, 가뭄, 미국의 경제제재로 북한경제가 크게 피폐해졌는데, 김정은 취임 이후 개인이 자유롭게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장경제를 적극 확대하면서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크게 활성화되어 북한경제의 핵심이 되었다. 이미 북한경제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시장(장마당)경제에 들어섰기 때문에 김정은도 이를 확대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적의 수괴”인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북한경제를 개방하면서 나타나는 혼란이나 정치적 위험을 결국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여서 극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공산독재국가가 경제개방과 성장을 통해 정권안보를 지켜왔던 방식이다. 오히려 독재국가를 계속 유지하면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면 국민적 저항이나 정치적 저항으로 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김정은은 이미 핵 폐기를 통한 투자유치와 경제성장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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