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와 지방정부의 역할
한반도 평화시대와 지방정부의 역할
  • 김명지
  • 승인 2018.09.1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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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0년 세월 동안 올 해만큼 남북관계가 진전된 적이 있었나 싶다. 9월 18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정상회담까지 한 해에만 3번의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1,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나면서 북미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이제 한반도 평화 기류가 거센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음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물론 국내 보수진영이나 일부 언론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혼선이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혹평도 있긴 하지만 사실 남북관계의 진전이 너무 빠른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들 정도다. 그럴만한 것이 지난 10년 세월 동안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부지불식간에 찾아 온 우연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남과 북 각각의 정권유지를 위해 서로에게 이용되어 왔다. 통일이라는 민족 최대과제는 정권유지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서로 헐뜯고 이용하며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면서 한 때 한반도는 ‘극동의 화약고’라고도 불렸고 여전히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봄 시작된 한반도 평화 기류는 멈출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평화는 우리민족만의 사명이 아니라 전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평화에는 정쟁이 있을 수 없다. 평화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평화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기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의 형태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남과 북이 만나고 교류하고 한 민족으로서 동질성을 회복하는가가 더 실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것이 남과 북 그리고 한반도 평화시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속도가 문제라면 앞으로 평화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남북관계는 결국 온 국민이 맞이해야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다시 말해 향후 남북관계발전에 따른 지방정부의 발 빠른 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로 너도나도 뜨거웠던 지방정부별 대북교류 사업에 대한 열의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모두 사라진 듯하다. 전라북도 역시 지난 5월 ‘남북교류 협력사업 발굴 및 추진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논의된 여러 사업들은 내용만 본다면 매우 현실적이고 실행가능성이 높은 사업들로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해당 사업들은 남북관계가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교류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사업들이다.  

 다시 말해 현재 상황의 남북관계에서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3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 시점까지 전라북도가 준비하는 남북교류관련 사업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에 관련한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물론 남북교류와 관련한 모든 법과 제도가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맞고 현실적으로 중앙정부차원에서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제 남북평화협력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정부라면 이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방자치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지방 역시 스스로 남북평화협력시대를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중에서는 경기, 강원, 전북만이 남북교육교류협력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해당 조례에 따라 전라북도의 경우 작년말 기준 협력기금 조성액은 약 99억이며, 전북교육청은 8억이 조금 안 되는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테면, 지방정부가 현재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할 근거도 있고 재정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 한다면 지금 당장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이미 시기를 놓쳤지만, 한 달도 남지 않은 전국체전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있었다면, 3차 정상회담 방북단에 전라북도가 참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2023년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한반도 평화시대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거나, 새만금이 남북평화교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 역시 남북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평화체제 구축, 남북경협 등이 이루어지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일련의 프로세스에서 지방정부가 과연 어떠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향후 전개되는 상황변화에 발 맞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남북교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남북평화협력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보다 새로운 노력과 관심을 촉구한다.

 

김명지 전라북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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