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서예과 30주년 동문초대전 소회(所懷)
원광대학교 서예과 30주년 동문초대전 소회(所懷)
  • 오광석
  • 승인 2018.09.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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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서예과 30주년 동문초대전(오광석 서예가)
원광대학교 서예과 30주년 동문초대전(오광석 서예가)

 

 원광대학교 서예과 창설 30주년을 기념하여 서예전공 학부와 서예관련 대학원 등에서 공부한 동문들을 초대하여 9월 13일부터 9월 19일까지 익산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가 이뤄지게 됐다.

 1층에는 서예과 창설 때부터 최근까지 서예과 교수로 재직해 온 현담 조수현 명예교수의 칠순기념전이 열렸고 2층에는 동문초대전이 열렸는데 이번에 출품한 작가들은 120명이 참여를 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서예과 동문들의 작품은 전통을 중시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파격적인 작품들도 눈에 띄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원광대 서예과는 1989년 남정 최정균 선생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여 대한민국 최초로 서예과가 창설되었으며 30여 년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서예인만 해도 1,200여명에 이른다.

 서예과가 창설되고 한동안은 높은 인기로 인하여 입시공부를 위하여 명망 있는 입시전문 서예학원을 찾아 공부를 하였고 2년, 3년을 재수해 가면서 서예과에 입학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원광대학교가 서예과로 유명세를 타자 이어 계명대학교, 대구예술대학교, 대전대학교, 경기대학교 등에서 서예과를 창설하는 등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예계가 역동적으로 붐이 일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와 핸드폰 등 디지털 시대의 발달과 주거형태 대부분이 벽에 못 박는 것을 꺼려하는 아파트로 변하고 한자를 배우지 않은 한글세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전통적인 서예 작품이 거래가 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예를 배우는 사람도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적어지며 침체에 침체를 거듭하였다.

 서예인들도 경제적인 수입이 있어야 심혈을 기울여 작품도 하고 개인전도 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여서 개인전을 열어도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없으니 작가가 큰 비용을 들여서 전시회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래에 희망이 없는 서예를 배우는 학생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많은 서예학원들은 문을 닫았다.

 원광대 서예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서예과가 서예계의 침체와 더불어 폐과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 드려야만 하였다.

 서예계 침체로 인하여 서예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적어 정원에 미달되고 재학생 충원 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학에서 서예과를 폐과해 버렸는데 원광대는 2015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았고 금년 초 마지막 졸업생을 끝으로 서예과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간 학교에서 전통서예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면서 체계적인 공부를 통해 많은 젊은 서예가들이 양성되었으며 이들은 기존의 전통서예를 넘어 파격적인 실험 정신으로 각 분야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유명작가들로 성장하였으며 특히 최근에 크게 붐이 일고 있는 캘리그라피에서는 원광대 서예과 출신들이 독보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또 많은 인원들이 일본과 중국에 유학하여 석, 박사 학위를 받아 문화재청이나 대학연구소, 동북아문화재단, 방송국 같은 곳에도 진출하는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서예계 침체의 여파는 대학뿐이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받아 예전에는 많은 학교들이 방과 후 수업으로 서예수업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희망하는 부모들이 없어서 서예수업을 하는 학교가 거의 없고 학교에는 주인을 잃은 붓과 벼루만이 교실 구석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서예는 정서함양과 인격수양에 있어서 그 어느 것 보다 우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전통 문화이다.

 서예를 하다보면 학문과 도덕, 도덕과 인품, 인품과 글씨로 연결되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좋은 뜻을 가진 성어나 고전을 반복하여 쓰다보면 자연히 정신도 올바르게 도치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훌륭한 서예가 몰락하는 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 없는 서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국가에서 전통문화의 전승과 발달이라는 차원에서 학교교육에도 서예시간을 편성하고 서예작품의 유통과 서예 활성화를 위하여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지원 해 주었으면 한다.

 /글= 오광석 전북미협 서예분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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