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할 땐 ‘전북’ 아니면 ‘깜북’
내가 필요할 땐 ‘전북’ 아니면 ‘깜북’
  • 안도
  • 승인 2018.09.1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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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전북의 존재는 무엇인지 묻고 싶어진다. ’의리와 지조 그리고 올곧은 기개 ‘선비의 고장 전북’은 인물의 고장이자 문화예술의 본향이다. 과거 우리 전북은 한국의 근현대사 각 분야에 걸쳐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80년대 이후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퇴조하면서 공동화 현상을 보여 왔다.

 해방 이후 전북의 정치인들은 한국정치 기상도를 좌지우지할 만큼 두각을 나타낸 거목들이 많았다. 김성수 백관수 김병로 윤제술 함태영 나용균 이철승 등이 그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전북은 정치적 인물의 공동화 현상을 빚으면서 구심점이 없어졌고 분화현상마저 나타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도민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실인식이 차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몸보신주의는 도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때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칠 만큼 승승장구했던 백화양조, 세풍, 쌍방울, 우성, 한국합판, 미원 등 향토 기업들도 지금은 명맥을 잇기조차 힘든 상태로 황폐화돼 버렸다. 이런 기업들은 영남권의 정치기반 아래에서도 전국적으로 명함을 내밀만큼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했었다. 그런데 현재는 지역을 대표할만한 향토기업 하나 없을 정도로 기업도 공동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전북은 21C에 들어서 점점 더 대한민국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북의 푸대접은 극에 달했다. 장관 한 명 없는 것은 고사하고 차관마저 드물었다. 주요 공기업에도 전북출신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더욱 슬픈 것은 이렇게 정부의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을 당해도 누구하나 큰소리로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모당 김무성의 대표시절 “전북은 30년 동안 야당을 지지해왔지만 돌아온 게 뭐가 있느냐”며 “여러분들은 배알도 없습니까?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했다고 하여 즉각 전북을 무시하는 막말이라며 반박을 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요즈음은 표를 몰아준 당이 여당이 되었는데도 한국의 정치는 분명 상위개념이 존재하고 있어 정치에 의해 ‘자원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전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당의원들은 선거 후 호남 차별을 막겠다며 호남비전위원회를 보무도 당당하게 출범시켰다. 그런데 ‘시도별 핵심사업 예산액 자료를 자세히 뜯어보니 또 다른 차별이 엄존했다. 소위 전북, 전남 광주로 분류되는 호남 3개 시도의 핵심사업 예산액에서 전북의 몫은 아주 미미했고 전남, 광주는 전북의 몇 배나 되었다. 전북이 호남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소외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이것이 바로 도내 뜻있는 인사들의 ‘전북 독자권역’을 주장하는 이유다. 전북은 이처럼 수십 년 동안 각 분야에서 호남의 종속변수로 살아왔다. 그런데도 전북의 정치인, 유력인, 사회단체는 이에 안주하며 조용하다.

 얼마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의 최대 현안이자 새만금 내부개발의 필수 인프라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은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면서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해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업인데도 전남과 역학관계가 있어 이해찬 대표의 부정적인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사업추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선거 때는 몸바쳐 전북을 수호하겠다며 표를 구걸하던 정치인들은 공천권을 거머쥔 대표의 말에 누구도 목소리를 낸 사람이 없고 깜북이(=깜부기) 병이 걸려 까만 가루 덩이가 된 채 숨죽이고 있다. 오랜 역사를 거슬러보면 전북은 백제와 조선의 중심이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변방으로 낙오됐을 뿐이다. 이제 우리 전북도 정치적 균형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전북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외쳐야 한다. 내가 필요할 때만 ‘전북’을 외치고 필요 없으면 ‘깜북’이로 외면하지 말고 사회단체, 전북사람 모두가 ‘전북에도 사람이’ 있다는 목소리로 천지를 진동시키자.

안도<전북예총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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