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4고(苦)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노인 4고(苦)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 고재흠
  • 승인 2018.09.1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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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들은 고독하다. 노인은 빈곤, 질병, 소외감, 무위(하는 일이 없음) 등 이른바 4대 고통을 겪고 있다. 생애주기로 보자. 인간은 홀로 태어나 청소년 시절을 거쳐 성인이 돼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출가시킨 뒤 다시 혼자가 된다.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면 필연적으로 혼자 삶을 마감해야 한다. 물론 이런 면을 감안하면 인간은 누구든 고독한 존재지만 특히 노인이 되면 고독은 배가된다.

한국은 예로부터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등 경로효친 사상이 강한 민족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공경은 고사하고 노인들을 학대하거나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까지 자행되고 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앞두고 들려오는 뉴스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2018년 현재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수명이 연장되면서 고령화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정부의 대책이 허술하고, 민간부문도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은 매우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농촌사회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43.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농촌지역 전체 평균 수치로, 면 단위 농촌마을은 더 심각하게 노쇠했다.

이러한 농촌의 고령화는 농가 경영주의 노령화와 여성화를 동반하고 있으며, 아울러 농촌사회 양극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촌 노인의 빈곤 문제 또한 가볍지 않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농촌 노인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절박하다.

또 하나 노인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이 특별한 연고 없이 혼자 지내다 숨져도 알려지지 않는 ‘고독사(孤獨死)’다.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고독사는 이미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고독사’가 835명으로 최근 4년간 80%나 급증했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다.

정말이지 무연고 독거노인은 서럽기 그지없다. 문제는 무연고 독거노인들이 고독으로 인하여 우울증을 느낄 때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족 없는 무연고 독거노인들은 외로움과 빈곤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그 위축감으로 인해 공감대를 형성할 이웃과의 교류마저 단절되기 쉽다. 그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는 치매와 우울증도 더욱 악화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노인들의 복지수준을 세계노인복지지표를 이용해 평가해보니 조사 대상 96개국 중 60위권에 머물렀다고 한다. 태국 베트남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건강 취업 교육기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으나 소득보장(82위)과 노인에 대한 우호적 환경(54위) 부문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또 유엔인구기금 등이 작년에 발표한 노인복지지수를 보면 한국이 91개국 중 67위다.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 우크라이나(66위)보다 낮다. 특히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노인소득지수는 90위로 최하위다. 노인 빈곤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노인문제를 해결할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노인일자리를 만들고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각종 제도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노인일자리 만들기는 빈곤 등 여러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노후생활을 안정시킬 연금과 소일거리가 있어야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복지 제도가 잘 갖춰져도 개개인의 노후를 완벽하게 보장해주기는 어렵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 노후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빈곤·질병·고독이라는 불청객을 맞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방치되고 학대당하는 비참한 말년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노인 4고(苦)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수필가/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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