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문제를 생각한다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문제를 생각한다
  • 윤진식
  • 승인 2018.09.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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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지향점으로 우리는 이제 함께 나아가야 할 때

 최근 노동현장에서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슈가 있다면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문제일 것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체 임금 노동자 수는 1천99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수는 28.1%인 558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근로자 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문제는 지난 6월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이미 합의를 한 내용이다. 당시 합의안에는 최저임금 산입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노동관계법·제도 개선, 최저임금 준수율을 제고하기 위한 근로감독 강화 및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서 적폐청산을 위하여 발족시킨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고용노동부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8월 1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부분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이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및 생존권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5인미만 사업장에도 점차 확대 적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5인 미만 근로자 종사 사업장에는 연차휴가, 근로시간(주40시간제, 주 연장 근로시간 제한),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50% 가산임금, 부당해고구제신청제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제한 등의 적용이 모두 배제된다. 즉 현재 주당 최대근로시간 상한선인 주52시간 근로제에도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근로를 할 수 있으며, 관공서에서 민간까지 확대되는 공휴일의 유급휴일 역시 적용이 되지 않는다. 퇴직금도 그동안 제외되었으나 2010년 12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는 법정퇴직금의 50%만 지급이 되고, 2013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과 동일하게 적용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당연히 같은 근로자 신분임에도 오직 사업장에 고용된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법 적용을 달리한다는 것은 그 취지를 이해한다고 하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의 흐름에 대하여 당연히 반기는 논평을 하였지만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률 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후폭풍이 소상공인들에게 밀어닥칠 것이다. 충격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추가하여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가산수당 등이 지급된다면 사실상 영업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이고, 사실 지금 이 상태에서의 전면적용은 영세업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수긍이 가는 주장이라 할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프랜차이즈업등의 음식업, 숙박업, 편의점 등의 소매업, 서비스업, 제조업의 부품 조립을 담당하는 영세기업, 인쇄·출판기업과 사무서비스업, 약국, 의원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업종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눈물겨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이러한 방치가 오래될수록 노동약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고 그 결과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기업에 고용된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면적용에 앞서서 정부는 제도 도입에 걸림이 되는 문제부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대기업의 주머니를 열어서 약자를 보호하는 조세정책과 공존공영을 위한 공정한 룰이 사회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대기업이 동네 골목상권까지 들어오는 반기업 윤리적 행태를 청산해야 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과도한 이익독점 구조를 개선하여야 하며, 건물주들의 지나친 임대료 인상 등을 법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하고,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대한 포괄적 갑질행태를 청산하고 공존의 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존중받는 그런 노동존중사회를 이 땅에 구현하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지향점으로 우리는 이제 함께 나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윤진식<(사)대한노사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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